수많은 개인투자자들이 그렇듯 문위수씨도 주식투자로 손실을 본 뒤 이를 만회하겠다는 심정으로 파생시장에 발을 디딘 케이스다.


그러나 문씨와 '장삼이사(張三李四)'간의 비슷한 점은 여기까지다.


주식투자의 손실을 거울 삼아 자신만의 매매기법을 개발했다는 점에서 그의 행보는 다른 개미들과 분명 다르다.


대다수 개인들이 파생시장에서 손실을 더 키우지만 문씨가 고수로 올라선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겁도 없이 무식하게 시작하다


문씨는 외환위기의 여파로 종합주가지수가 280선까지 떨어진 뒤 반등을 시작한 지난 98년 하반기 주식투자에 뛰어들었다.


평소 승부욕이 강하고 '셈이 빠른' 것을 알고 있는 문씨 친오빠의 권유에서였다.


그의 표현대로 '겁도 없이 무식하게' 시작했다.


문씨의 초기 주식투자는 '개인이 해서는 안될 일' 그 자체였다.


주식공부는 전혀 안된 상태였다.


주식투자를 한 지 6개월이 지나도록 전날 종가와 아침 시가가 왜 다른지를 몰랐을 정도였다고 한다.


증권사 객장에 나가 '그냥 맘에 드는' 주식을 사서 그날 파는 초단기 매매였다.


운좋게 대세 상승장이 시작돼 돈을 조금 따게 되자 투자금액을 무모하게 늘렸고,결국에는 미수(외상거래)까지 이용했다고 한다.


문씨의 초창기 주요 매매대상은 은행과 증권주였다.


하지만 대우사태로 은행주가 급락,1억원 가량을 순식간에 날렸다.


그는 액면분할 종목을 건드리기 시작했다.


주식사이트를 전전하다 액분 실시 1∼2주 전부터 주가가 급등하는 경우가 많다는 걸 알아냈기 때문이다.


그는 기업공시를 꼼꼼히 살펴 액분 실시 기업을 모두 기록,액분 1주일 전부터 미수를 동원해 몰빵투자를 했다.


디아이 삼성화재 대덕전자 벤트리 등에 대한 액분투자로 99년 하반기 한때 약 3억원을 벌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같은 무모한 투자는 역시 비참한 결과를 낳고 만다.


2000년 상반기 증시가 하락하면서 벌어놓은 돈을 모두 날린 것이다.


◆'블랙박스'를 찾아내다


문씨는 주식손실을 만회해 보겠다는 생각에 2000년말 1천5백만원으로 선물옵션계좌를 만들었다.


주식과 달리 파생상품은 하락장에서도 수익을 낼 수 있는 점이 맘에 들었다고 한다.


주식투자의 실패를 거울 삼아 문씨는 파생투자와 함께 두가지를 결심했다.


하나는 절대 욕심을 부려서는 안된다는 것.아무리 큰 돈을 따더라도 계좌잔고는 수천만원으로 유지하겠다고 결심했다.


다른 하나는 자신만의 매매기법을 만든다는 것이다.


기술적 분석에 정통했던 주변사람들이 파생투자로 수억원을 날리는 것을 목격하면서 '남들과 같이 움직이면 제로섬게임이 지배하는 파생시장에서 살아남기 힘들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러던중 기독교신자인 그의 표현대로라면 '신의 가호'로 그만의 매매기법을 우연히 발견하게 된다.


2001년4월쯤이다.


그는 전날 지수의 시가·고가·저가·종가를 통해 오늘 지수의 중심선·저항선·지지선을 추측,매매에 참고할 수 있는 '피봇분석'과 '디마크지표'란게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문씨는 이것들의 신뢰성을 알아보기 위해 건축설계용 대형모눈종이에 매일 주요 저항선과 지지선을 그려나가기 시작했다.


(미국에서 공부하고 있는 그의 딸은 이 차트를 '블랙박스'라 불렀다)


서너달이 지나자 그는 이 블랙박스가 보여주는 전날의 차트 모양에 따라 다음날 주가가 일정한 연관을 갖고 움직인다는 걸 깨닫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해 여름부터는 본격적으로 이를 이용,매매에 나섰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3년반가량 하루도 빠짐없이 그린 이 블랙박스는 지금 길이가 20m는 족히 된다고 한다.


◆나는 시장을 움직이는 사람이 아니다


블랙박스가 첫 위력을 발휘한 것은 지난 2001년 '9·11 테러'때였다.


하락 신호를 읽은 그는 그날 풋옵션으로 무려 2백50배의 수익을 냈다고한다.


이후에도 콜옵션이나 풋옵션을 통해 2002년2월 옵션만기일 30배,그해 10월10일 20배,올해 5월10일 10배 등의 대박을 터뜨렸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1년에 한두차례 정도 올까말까하는 예외적인 경우다.


일반적으로 그는 한달에 평균 30∼50%의 수익을 거둔다.


값이 매우 싼 대신 휴지조각이 될 확률이 높은 외가격 옵션은 절대 건드리지 않는다.


상대적으로 안정적 수익이 가능한 등가격이나 내가격 옵션만을 공략한다.


그리고 최대 투자 위험을 옵션 프리미엄으로 고정시키기 위해 옵션매수 전략만 사용한다.


보다 중요한 것은 헤지를 생명처럼 생각한다는 점이다.


가령 블랙박스가 주가 상승 신호를 줘 콜옵션을 매매하는 날엔 항상 일정분의 풋옵션을 함께 사는 식이다.


문씨는 "나는 시장을 움직이는 사람이 아니라 따라가는 사람에 불과하다"며 "1%라도 예측이 틀릴 가능성에 항상 대비해 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도 가끔씩 좀더 먹어보겠다고 한쪽 옵션만을 살때면 영락없이 그달에 번 수익을 '시장에 돌려주곤 한다'고 했다.


"개인은 가급적 파생시장에 진입하지 않는게 좋다"면서도 "그래도 하겠다면 남성보다는 여성이 파생매매를 하는게 돈을 벌 확률이 더 높다"고 자신한다.


주위를 보면 남자들은 과감한 매매로 고수익을 내기도 하지만 단번에 깡통을 차는 경우가 많았다고 했다.


특히 가장으로서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남자들은 욕심을 더 많이 부리게되고,욕심이 커지는 순간 파생투자는 실패할 수 밖에 없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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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5계명>


1.자신만의 매매기법을 개발하라.(남들도 다 아는 기술적 분석에 의존하는 것은 실패의 지름길이다)


2.헤지(Hedge)를 목숨처럼 생각하라.(콜옵션을 사면 항상 일정부분 풋옵션도 함께 사라)


3.파생투자는 여유돈으로 해야 성공확률이 높다.(파생투자를 과거 주식손실 만회 수단으로 생각하는건 금물이다)


4.계좌내 자금을 가급적 적게 유지하라.(이익을 내면 본전만 남겨두고 빼라)


5.시장흐름을 읽고 내가격과 등가격 중심으로 매매하라.('복권'사듯 외가격만 공격하려면 아예 파생투자를 하지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