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약하는 엔지니어링] 엔지니어링의 날 기념 전문가 좌담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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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엔지니어링시장이 내년부터 완전 개방된다.
이에 따라 국내 엔지니어링 시장에도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업계는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는 선진국 기업들과 맞설 수가 없기 때문에 시장개방으로 인해 결정적인 타격을 받게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에 비해 정부는 시장 개방으로 국내 업계가 단기적으로는 어려움을 겪게 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기술수준 제고 및 구조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한국경제신문사는 엔지니어링의 날(18일)에 맞춰 "개방화 시대에 엔지니어링 산업의 전망과 대응 방안"이란 주제로 최근 서울 반포동 팔레스호텔에서 긴급 전문가 좌담회를 가졌다.
이날 참석자들은 엔지니어링업계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가격경쟁에서 벗어나 기술력을 확보하고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또 엔지니어링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선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좌담회 내용을 간추려 싣는다.
< 참석자:성창섭 KAIST 교수,정희용 청석엔지니어링 회장,박흥일 한국엔지니어링진흥협회 부회장,김용환 과학기술부 기획조정심의관 >
△박흥일 한국엔지니어링진흥협회 부회장(사회)=WTO의 엔지니어링서비스 분야 개방조치로 국내 엔지니어링산업은 어려운 상황을 맞고 있습니다.
엔지니어링 업계는 이제 새로운 경쟁과 협력의 질서에 대응할 수 있는 변신을 요구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의 시대를 맞아 엔지니어링 산업이 어떻게 대처해 나가야 할지 말씀해 주시지요.
△성창섭 KAIST 교수=엔지니어링 기술 변화속도가 너무 빨라 국내 업계가 제대로 쫓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기술적으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분야가 모두 외국 기술을 도입해야 하는 종속국가로 돼버렸습니다.
국가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지 못하고 있는 게 안타깝습니다.
△정희용 청석엔지니어링 회장=업계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몽골 중국 베트남 등 개발도상국의 시장조차 미국 일본 등의 자본이 이미 들어가 있기 때문에 개척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기술이 있더라도 자본이 없으면 해외시장에 명함을 내기가 힘듭니다.
△김용환 과학기술부 기획조정심의관=정부는 지난 2월 범부처적으로 엔지니어링서비스산업 강화방안을 수립했습니다.
이 산업은 기술집약적이고 두뇌집약적인 것으로,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아주 클 것으로 예상됩니다.
엔지니어링 분야의 기술경쟁력을 2010년까지 선진국 대비 90% 수준으로 끌어올리고,세계시장을 5% 정도 차지하겠다는 목표입니다.
△박 부회장=현재 엔지니어링분야에는 2천3백여 업체가 있습니다.
업체 수는 이처럼 많지만 대부분이 영세해 경쟁력 면에서 아주 취약합니다.
분야도 다양하고 나름대로 특성이 있지만 업계 경쟁력이 분산되고 있습니다.
최근 들어 기술자들의 창업이 줄을 이으면서 업체가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만 기술력 확보 및 인재 양성 등 질적인 분야는 아직 개선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발등에 불이 떨어졌습니다.
△성 교수=엔지니어링을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정부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핵심기술은 아직도 해외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인천공항과 서해대교 등 거대 프로젝트의 경우 아직 우리 스스로 설계를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극장의 음향설계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조그만 교량 등은 자체 설계하고 있습니다만 이 정도로는 경쟁할 수 없습니다.
산업화시대에는 2등 제품도 3등 시장에서 팔릴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글로벌시대입니다.
1등 시장밖에 없기 때문에 1등 기술만이 살아남는 시대입니다.
전략적인 차원에서 정부가 앞장서야 할 것입니다.
△정 회장=일본의 경우 공무원과 엔지니어링업체 시공사들이 똘똘 뭉쳐 자트(JARTS)란 단체를 설립했습니다.
이 단체는 기업들이 해외로 진출하려고 할 때 정보를 무료로 제공하며 사업 수주를 위해 적극 지원하고 있습니다.
지금 한국 기업들은 해외수주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해외 시장에 적극 진출할 수 있도록 보다 많이 지원해줘야 합니다.
△김 심의관=엔지니어링산업 진흥을 위한 정부의 노력이 부족한 점을 인식하고 있습니다.
민간에서도 고부가가치 분야에 대한 투자가 소홀하지 않았느냐고 생각합니다.
특히 고급 인력이 부족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교육훈련 등에 많은 투자를 해야 합니다.
입찰제도 개선도 중요한 과제입니다.
△정 회장=기업에서 기술력을 확보하고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쉬운 것은 아닙니다.
특히 기업들은 지금 경기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정부에서 지원하는 업계 공동의 프로젝트가 마련돼야 합니다.
토목의 경우 99%가 거의 정부발주 프로젝트입니다.
정부 쪽에서 더 신경을 써줬으면 좋겠습니다.
△성 교수=문제는 인력 양성입니다.
현재의 대학교육만으로는 급변하는 환경에 따라갈 수 있는 인력을 키우기가 무척 어렵습니다.
국제적인 엔지니어들을 키우기 위해서는 나라 전체가 재교육 체제로 바뀌어야 합니다.
또 하나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기업의 구조조정입니다.
세계의 초대형 엔지니어링업체들은 끊임없이 인수 합병에 나서고 있습니다.
기술정보 유통도 풀어야 할 과제의 하나입니다.
기존 노하우 등을 데이터베이스화하고 정보관리를 강화해야 합니다.
고급인력이 엔지니어링 업계로 몰려들어야 합니다.
△김 심의관=시장 경쟁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시급합니다.
무엇보다 기술경쟁을 유도하는 게 중요합니다.
앞으로 기술력에 의한 평가가 될 수 있도록 세부계약 등을 보완해 나가겠습니다.
물론 재교육을 강화해 나가는 데도 초점을 맞추겠습니다.
특히 일반적인 교육보다 맞춤형 교육이 필요합니다.
△박 부회장=정부와 업계의 과제는 우선 기술력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입찰제도에서도 업적이나 실적 위주로 평가를 하는 것은 문제가 많습니다.
우수 기술인력의 양성 및 교육분야 등도 협회에서 나름대로 고민하고 있습니다.
업계의 대형화 전문화 계열화 등도 검토해야 할 과제입니다.
정부에서 용역을 줄 경우 대형 업체가 선호될 수밖에 없습니다.
개방화 시대를 눈앞에 두고 엔지니어링 산업이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 말씀해주시지요.
△정 회장=최근 인도네시아에서 대형 프로젝트를 발주했습니다.
담당 지방 공무원이 한국과 중국을 놓고 저울질하다가 결국 중국을 선택했습니다.
중국 정부에서 7억달러의 차관을 제공하겠다는 조건을 제시했다고 합니다.
우리 정부도 이같은 상황을 미리 알고 적극 대처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성 교수=이제 우리 시장을 개방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개방하더라도 현재 여건에서는 별로 잃을 것이 없습니다.
우리 업계가 노동집약적인 하청업체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입니다.
벡텔과 같은 선진기업들이 들어오면 국내 기업에 경각심을 불러일으켜 오히려 기술능력을 키울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세계적인 엔지니어링 업체를 키워야 합니다.
△김 심의관=시장이 개방되더라도 그 영향이 미미할 것으로 봅니다.
시장 개방은 외국에 진출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고 업계의 자생력을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정부에서는 기업의 사정을 충분히 감안해 적극적으로 개방대책을 마련해갈 계획입니다.
△정 회장=엔지니어링시장 개방을 적극 찬성합니다.
이제 외국 기업들이 들어오면 그들의 기술 노하우와 경영 노하우를 피부로 느낄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김 심의관=협회가 회원 업체들에 해외시장 현황과 정보를 가이드해 줄 수 있는 국제화 부서 등을 설립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국가기술지도와 비슷한 국가엔지니어링 기술지도를 제작,정부와 민간이 역할을 분담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박 부회장=업계는 크게 두가지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시장 개방 대응과 해외시장 진출이 바로 그것입니다.
이 두가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외국어 능력 및 국제적 감각을 키우는 것도 필요합니다.
협회는 해외 엔지니어링전문가를 초청하고 국제 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국제화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또한 이러한 사업을 총괄하는 엔지니어링진흥센터 설립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정리=오춘호 기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