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어탕의 계절이다.


추어(鰍魚)라는 이름에 가을 추(秋)자가 들어가 있는 것만 봐도 미꾸라지는 가을에 먹어야 한다.


실제 미꾸라지는 가을에 알도 배고 기름져 영양이 풍부하다.


추어탕은 크게 서울식과 남도식으로 나뉜다.




서울식은 사골을 우려낸 국물에 미꾸라지를 넣고 육개장처럼 빨갛게 끓인다.


유부 두부 버섯 등 건지가 풍부하다.


남도식은 삶은 시래기를 넣고 된장을 풀어 맛을 낸다.


걸쭉한 국물과 시래기가 일품이다.


오랫동안 명성을 유지해오고 있는 '전통의 추어탕 명가'들을 소개한다.


남도식 추어탕은 남원에서 출발한 남원추어탕(02-2236-2232)이 대표격이다.


전북 남원의 '새집'이라는 대폿집에서 미꾸라지를 갈아 속풀이용 국물로 내놓은 것이 인기를 끌면서 '남원추어탕'이 됐다.


지금은 여러 곳에서 같은 상호를 사용하고 있지만 서울에서 명맥을 유지하는 '원조'는 영등포시장역 근처의 '남원추어탕'이다.


구수한 향내가 코를 자극하고 한 숟갈 뜨면 '바로 이 맛이야'하는 소리가 절로 난다.


갈아 만든 미꾸라지 가루가 그릇안에 그득해 국물이 걸쭉하다.


더 달라고 하면 더 준다.


반찬도 전라도식이다.


배추나 상추 겉절이는 즉석에서 양념을 해 나온다.


아삭아삭한 맛이 추어탕과 찰떡궁합이다.


한그릇 6천원.추어숙회도 별미다.


미꾸라지와 갖은 야채를 더해 상추로 싸먹으면 일품이다.


정동극장 뒤에 자리잡은 남도식당도 추어탕으로 인근 직장인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곳이다.


서울식 추어탕의 대명사는 무교동에 위치한 '용금옥(02-777-1689)'과 길음역 근처의 '형제추탕'(02-919-4455)이다.


두 식당 모두 출발이 1932년으로 70년 넘게 장사를 해왔다.


유부와 두부,버섯 등 갖은 야채와 함께 계란을 풀어 넣은 육개장 같은 빨간 국물이 비슷하다.


얼큰하면서 시원한 맛이 일품이다.


용금옥은 무교동 먹자골목에 2군데가 있다.


7년전에 친척이 분리해 나왔는데 원래 있는 곳은 '용금옥 큰집',독립한 집은 '용금옥 원조'라고 부른다.


두 곳은 미꾸라지를 갈아서 넣거나 통째로 먹을 수 있도록 했지만 맛이 틀리다.


'용금옥 큰집'은 탕과 함께 국수사리가 별도로 나온다.


은은하고 깊은 맛이 난다.


'용금옥 원조'는 국물이 약간 더 진하고 맛이 강하다.


한그릇 8천원.


형제추탕은 미꾸라지를 통째로 넣은 것만 판다.


국물과 미꾸라지가 조화로운 맛을 자랑한다.


한 그릇에 9천원으로 좀 비싸다.


형제추탕에서는 남도식 추어탕도 팔지만 맛이 별로라 권하고 싶지 않다.


성북구 안암동 대광고 근처에 위치한 곰보추탕(02-928-5435)도 서울식으로 명성이 자자한 곳이다.


이밖에 큰 냄비에 여러가지 야채를 넣어 즉석에서 끓여 먹도록 해주는 강원도식으로 유명한 곳은 강남 제일생명 사거리에 위치한 원주추어탕(02-557-8647)이 있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