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 패션몰 두타가 '동대문의 독자 디자인 문화 조성'을 위해 지난 4월 개설했던 '디자이너존'이 입점업체들의 매출부진으로 내홍을 겪고 있다. 매출액의 일정액을 임대 수수료로 내는 주요 30여매장에 대해 두타가 판매부진을 이유로 교체키로 하자 해당 업체들이 반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두타는 최근 디자이너숍 1백54개 매장 중 1층 '더 퍼스트 애비뉴'10여곳과 신진 디자이너존인 '두체'의 20여곳 등 간판 매장 30여곳에 대해 철수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 조치에 대해 입점상인들이 반발,마찰이 빚어지고 있다. 입점 업체의 한 관계자는 "위험부담을 함께 가져가자는 의미로 수수료 매장을 도입한 것인데 이제와서 매출 부진만을 들어 나가라는 건 너무하다"고 항변했다. 또 다른 상인은 "매출 부진에는 개별 점포 책임도 있지만,도매시장에서 물건을 가져다 파는 매장과의 구분이나 차별화된 마케팅이 거의 없었던 만큼 두타도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두타 관계자는 "디자이너존의 활성화를 위해 인지도 있는 이들을 데려왔지만,매출을 일으키려는 적극적인 노력이 부족한 20∼30곳 매장들에 대해선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역량있는 디자이너들을 유치해 디자이너존을 운영한다는 계획에는 변함은 없다"고 말했다. 두타는 지난 4월 1백억원을 들여 지상 1층 90개,지하 1층 64개 매장으로 구성된 '디자이너 존'을 비롯해 대대적인 리뉴얼 작업을 했다. 국내 유명 디자이너·유학파 신진 디자이너 등의 브랜드를 소개,침체에 빠진 패션몰의 활로를 찾겠다는 취지였다. 업계도 크게 환영했다. 그러나 출범 7개월만에 이러한 계획은 위기에 처한 것으로 보인다. 디자이너존 오픈 초기 입점 업체들은 백화점 수준의 품질과 더 참신한 디자인으로 승부하겠다며 20만∼30만원대의 옷을 내걸었다. 하지만 '싼 동대문 옷'에 익숙한 고객들이 외면했고 이에 업체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2만∼3만원대 옷들을 내놓을 수밖에 없었다. 독창성을 담기엔 역부족인 낮은 가격대였던 것이다. 또 독특한 디자인을 내놓으면 곧 비슷한 디자인이 그것도 절반값에 옆 매장에 내걸리곤 했다. 동대문 고질병인 '디자인 베끼기' 문제를 극복하지 못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시도는 좋았으나 타 패션몰 매장과 얼마나 다른지는 모르겠다"며 차별화 실패에 부진 원인이 있음을 지적했다. 송주희 기자 y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