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유상증자 예정 규모가 2000년 이후 처음으로 1조원을 밑돌고 회사채 순발행액이 마이너스로 떨어지는 등 증시의 자본조달 기능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 연말까지 예정된 상장사들의 유상증자 규모는 26건,5천7백6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1조4천5백79억원보다 60.5% 급감한 규모다.


연말까지 유상증자가 몇 건 더 추가될 수 있겠지만 현 증시환경을 감안할 때 수치상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관측이다.


상장사들의 연간 유상증자 규모가 1조원을 밑돌기는 2000년대 들어 처음이다.


특히 증시활황으로 증자가 매우 활발했던 1999년의 29조2천3백46억원과 비교하면 2%에 불과한 실적이다.


회사채를 통한 자금조달도 신규 발행물량보다 상환액이 많은 이례적인 현상이 2002년에 이어 또 다시 발생했다.


9월 말까지 기업들이 발행한 회사채 규모는 25조8천억원이지만 만기도래로 상환된 금액은 26조6천억원이었다.


이에 따라 회사채 순발행액은 마이너스 8천억원을 나타내고 있다.


채권발행을 통해 조달한 자금보다 갚은 빚이 더 많다는 뜻이다.


이익이 늘어나는 데도 투자를 꺼려 회사 내 여유자금이 많아진 우량기업들이 자금조달에 나서지 않자 회사채 시장은 투자적격등급 중 최하위급인 트리플B(BBB)의 독무대로 변했다.


LG투자증권 전민규 금융시장팀장은 "기업들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지 못해 투자를 회피하면서 직접금융 시장으로서의 증시기능이 유명무실해 지고 있다"며 "성장잠재력을 확충하기 위한 대책마련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백광엽 기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