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쟁을 일삼던 중국의 변경지대가 경제협력 창구로의 변신을 서두르고 있다. 지난 16일 사흘간의 방중 일정을 끝내고 귀국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정상회담을 통해 국경분쟁을 마무리지은 게 대표적 사례다. 인도에 이은 러시아와의 국경분쟁 종식에 따라 중·러 국경선 지대에 추진 중인 자유무역지대 건설이 탄력을 받게 된 것이다. 중국은 러시아 인도 베트남 등 주변국과의 영토분쟁 해소를 개혁개방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변경지역 경제발전의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 후 주석이 "분쟁을 낳았던 국경이 이제는 두 나라 국민의 평화와 협력을 발전시키는 장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 데서 이 같은 의지를 확인할 수 있다. ◆러시아와의 자유무역지대 설치 탄력받을 듯=후 주석과 푸틴 대통령은 이번 회담에서 미해결로 남은 중국 동북지방의 헤이룽장 중류 등 2곳의 국경선 확정에 합의했다. 4천3백km에 걸쳐 국경을 맞대고 있는 양국은 전체 국경의 98%를 확정한 상태로 이번에 국경 분쟁을 사실상 끝내게 된 것이다. 덕분에 헤이룽장성의 수이펀허시와 러시아의 포그라니츠 사이에 건설되는 자유무역지대 전망이 한결 밝아졌다. 양국은 국경선을 따라 10㎢ 규모의 '준 자유무역지대'를 건설 중이다. 10년간 최소 10억달러 이상이 투입될 예정이다. 1기 공정이 시작된 자유무역지대는 상품거래 여행 오락 서비스교역 창고 가공무역 첨단단지 등을 위한 기반을 제공한다. 홍등가와 도박시설 등도 러시아측 지역에 들어설 것으로 알려졌다. 모든 제품은 무관세나 저관세 혜택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국경을 통한 양국간 무역은 전체 교역액의 22.3%인 35억2천만달러에 달한다. 중국은 의류와 식품을 주로 러시아에 수출하고,에너지와 목재를 들여온다. 원자바오 총리는 푸틴 대통령과의 베이징 회동에서 2020년까지 1백20억달러의 대러 투자계획을 밝혔다. 중국 전문가들은 "중국의 동북3성 진흥계획과 러시아의 극동 개발사업이 맞물려 양국간 변경 경협이 더욱 활기를 띨 것"으로 전망했다. ◆베트남 인도 국경 경제교류도 확대=원 총리는 이달 초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 참석차 들른 베트남에서 영토 및 영해 경계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협정 체결을 앞당긴다는 데 합의했다. 지난 79년 양국간 전쟁으로 국경무역이 중단됐던 중국 남부 광시자치구 둥싱시는 89년 교역재개 후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중국은 베트남을 비롯한 아세안(ASEAN)과의 자유무역지대 설치를 추진키로 한 합의에 따라 국경지대 도시간 경제교류 확대에 힘쓰고 있다. 중국 남부지역과 베트남을 잇는 '경제회랑(economic corridor)' 구상이 대표적 사례다. 이곳에서는 양국 은행들이 양국 통화로 신용장을 발급하고 지역 기업들에 대해서는 세제,통관 등에 특혜를 제공하는 방안이 검토될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과 인도는 지난해 11월 국경분쟁이 마무리된 시짱 야둥과 인도의 시킴 두 지역에서의 국경무역을 허용했다.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