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서해안 최대 항구인 미국 로스앤젤레스 롱비치 항이 노동조합의 야간작업 거부 등으로 최악의 화물적체 현상을 빚으면서 한국 기업의 수출에 비상이 걸렸다. 기업들이 미국의 크리스마스 시즌을 앞두고 주요 제품의 대미 수출을 늘리고 있는 시점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17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크리스마스 성수기를 앞두고 한국 중국 대만 등의 수출 화물이 북미로 몰려들고 있으나 아시아발 북미 도착 화물의 90% 이상을 처리하는 롱비치 항의 하역 지연으로 납기를 제때 맞추지 못하는 '동맥경화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납기가 촉박한 기업들은 도착항을 변경하거나 항공편을 이용하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으나 이 또한 여의치 않아 발만 구르고 있다. 롱비치 터미널에서 컨테이너선이 항구에 접안해 하역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5∼8일.또 하역된 컨테이너를 내륙으로 향하는 철도차량에 옮겨싣는 데 3∼5일이 걸린다. 상반기까지는 하역에서 철도차량에 환적하는 데까지 사흘이면 충분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화물의 대기시간이 3∼4배로 늘어난 셈이다. 롱비치 항의 이같은 체선 현상은 아시아발 화물의 물동량이 예상보다 훨씬 늘어난 데다 현지 인력부족 현상으로 하역 근로자들이 크게 모자라기 때문이다. 롱비치 항은 하역작업에 투입할 인력 3천여명을 긴급 충원키로 했으나 남부 캘리포니아의 인력부족으로 1천명에도 못 미치는 비숙련자들만 추가 고용하는데 그쳐 항만적체 해소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더욱이 현지 항만노조가 야간작업을 사실상 거부하고 있는 것도 큰 부담이 되고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롱비치 항의 경우 하반기 물동량이 전년보다 4%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14%나 급증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이같은 현상은 적어도 6∼8개월간 이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주요 항만에서 사상 최악의 적체현상이 빚어지자 해운사들은 오클랜드 타코마 시애틀 등으로 기항지를 변경하는 등 대응책 마련을 서두르고 있으나 해당 항구들도 화물 처리에 한계가 있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