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저성장 지속·수출 둔화 ‥ 기업들 사업계획 '보수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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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LG 현대.기아차 SK 등 주요 그룹들이 낮은 경제성장과 수출 둔화를 염두에 두고 보수적으로 2005년 사업계획을 짜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투자와 소비부진이 지속되고 경제 주체들이 자신감을 잃어 가고 있는 상황을 감안해 대기업들은 적극적인 투자에 기초한 확대경영보다는 생산성 향상과 과감한 구조조정에 주력하는 쪽으로 내년 경영계획을 마련중이다.
17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은 내년 경제성장률이 설비 및 건설 투자위축으로 3.7%에 불과할 것이란 전망에 기초한 거시지표를 내년 사업계획 작성용으로 계열사들에 배포했다.
삼성은 삼성경제연구소가 최근 제시한 내년 평균 원화환율(달러당 1천1백20원)보다 70원 낮은 1천50원을 기준으로 사업계획을 세우도록 지시했다.
삼성은 특히 올 4분기부터 수출 증가세가 크게 둔화돼 내년 경상수지 흑자가 올해의 절반가량인 1백2억3천만달러에 그칠 것으로 예상하는 등 내년 경제를 어둡게 보고 계열사별로 대응책을 강구할 것을 지시했다.
삼성은 경기 회복이 지연되더라도 국제 금리 및 물가상승이 본격화되면서 금리 상승 압력이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LG 계열사들은 내년 경제성장률 4.1%,원화환율 달러당 1천1백28원을 기준으로 사업계획을 보수적으로 짜고 있다.
금년 중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던 세계 경제가 △고유가 △국제금리 상승 △중국경기 둔화 등으로 위축될 가능성이 높은 데다 내수 침체현상이 지속될 것이란 판단에 따른 것이다.
LG그룹은 "올해는 세계 경기 회복으로 수출이 작년에 비해 25∼30%가량 증가했지만 내년부터 세계 경기가 급격히 둔화돼 수출 증가율이 7% 수준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실질 국내총생산(GDP) 대비 수출 비중이 50%를 넘는 현실에서 수출 둔화는 한국 경제에 부담이 될 것이란 게 LG측 분석이다.
현대·기아자동차는 각 사업부에 환율 1천50원을 기준으로 내년 사업계획을 세우되,비용 절감을 통해 수익성을 극대화하도록 지침을 내렸다.
특히 해외 사업에서 글로벌 일류기업의 기틀을 쌓을 수 있는 방안을 세우는 데 중점을 두고 내년 사업계획을 짜고 있다고 회사측은 전했다.
SK그룹은 해외 에너지 자원개발 사업을 통해 '글로벌 리더형 경쟁력'을 갖추는 데 총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SK 계열사들은 환율 1천1백50원,금리 5.6%를 기준으로 구체적인 사업계획을 세우고 있다.
SK는 내년 평균 유가가 배럴당 34달러(두바이유)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한 그룹 관계자는 "투자 위축으로 인한 잠재성장률 하락에 따라 저성장 기조에 진입했다는 시각이 재계 전체로 확산되는 추세"라며 "경제 회복의 조짐을 감지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내년 사업계획을 보수적으로 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익원 기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