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팬의 숨은 저력이 잠실구장으로 모여들었다. 17일 두산과 삼성의 플레이오프 4차전이 열린 잠실구장은 16일 열린 3차전에 이어 이틀 연속 매진을 기록, 야구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수천명의 야구 팬은 경기시간 두시간 전부터 매표소 앞에서 장사진을 쳤고, 수백명의 야구팬은 결국 표를 구하지 못한 채 발길을 돌려야 했다. 포스트시즌에서 잠실구장의 관람석 3만 500석이 매진 된 것은 97년 10월 8일 OB와 현대간의 플레이오프 2차전 이후 16일 경기가 처음이다. 더욱이 9월초 매섭게 프로야구판을 휩쓸고 간 '병풍' 때문에 팬들이 야구장을 외면했던 터라 야구 관계자들은 이례적인 현상에 더욱 입이 벌어질 수 밖에 없었다. 9월 초와 중순에 병풍의 직격탄을 맞은 잠실구장 평균관중은 2천여 명에 불과해팬 대신 썰렁한 가을 바람이 관중석을 메웠다. 관중을 구장으로 끌어들이며 벼랑 끝에 몰린 프로야구를 구출한 것은 두산의 활약에 힘입은 바 크다. 시즌 초만해도 두산은 롯데와 함께 하위권에서 맴돌 것으로 전문가들의 평가를 받았다. 이렇다할 투수가 없었고 타선도, 벤치 멤버도 약했던 것. 그러나 두산의 김경문 감독은 선수들에게 최대한 경기를 맡기면서 '재밌는 야구,힘있는 야구'를 주문했고 선수들도 활기찬 플레이를 펼치며 성적으로 화답했다. 지난 6월 22일 1위 현대를 끌어내리고 선두에 올라선 두산은 막판에 힘이 떨어지긴 했지만 3위로 정규시즌을 마감하면서 화끈한 팀 컬러로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기아와의 준플레이오프에서도 두산의 힘은 프로야구 팬을 열광시켰다.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홍성흔의 시원한 만루포 등 두산이 보여준 힘은 관중을 경기장으로 끌어들였다. 3살 된 아들과 경기장을 찾은 야구팬 이경아(여.33)씨는 "두산의 힘있는 야구가병풍 때문에 야구장을 외면했던 팬들을 다시 경기장으로 끌어들인 것 같다"면서 즐겁게 경기를 관람했다. 삼성의 '선동렬 효과'도 잠실구장의 만원 사례에 한 몫했다. 권혁, 권오준 등 선동렬이 키운 '영건'들의 활약을 보러 삼성팬도 잠실구장으로 몰려온 것. 3루쪽 관중석에서 열렬한 응원을 펼친 삼성팬 송창완(남.31)씨는 "권혁 등 선동렬이 키운 젊은 선수들의 강속구를 보는 재미가 있다"며 경기장을 꽉 채운 관중을 바라보고는 흐뭇해했다. 한편 '병풍' 때문에 입장 수입을 걱정하던 한국야구위원회(KBO) 관계자들도 이틀 연속 2억9천만원의 입장 수입을 거두자 즐거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서울=연합뉴스) 이광빈기자 lkb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