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업계는 요즘 말 그대로 사면초가의 곤경에 빠져 있다. 사방을 둘러봐도 좋은 여건이라고는 없는 어려운 시기를 견디고 있다. 술 소비 경기가 바닥인 상황에서 접대비 실명제와 성매매방지 특별법 등에 이중 삼중으로 발목이 잡혀 있다. 올해를 3재(災)가 겹친 해로 표현할 정도다. 그렇다고 드러내놓고 업계 불만을 토로하지도 못한다. 술 소비가 늘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 금기시돼 있는 데다 깨끗하고 맑은 사회를 만들자는 접대비 실명제와 성매매방지 특별법의 명분에 밀려 신음조차 못내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는 "술 산업도 엄연한 산업"이라며 규제 일변도의 정부 정책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사무실 내에서 자기 식구끼리 주고받는 푸념에 그치고 있다. 특히 위스키 업계는 직격탄을 맞고 있다. 위스키 업계의 목줄을 쥐고 있는 룸살롱 등 업소 영업실태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국세청에 따르면 룸살롱 매출은 지난해의 경우 3년 만에 마이너스로 꺾였다. 특별소비세가 부과되는 전국 룸살롱과 카바레,단란주점 등 유흥업소 수는 지난해 7천3백17개.전체 매출 총액은 1조6천2백93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에 비해 10.9% 줄어든 것이다. 유흥업소 1곳당 평균 매출액도 이에 따라 2002년 2억6천만원에서 2억2천만원으로 15.4% 감소했다. 지역별로는 서울이 유흥업소 1천4백74곳,매출액 6천4백24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각각 4.9%와 11.6% 감소했다. 수도권과 강원도의 유흥업소는 1천7백곳으로 3.9% 늘었으나 매출액은 3천7백86억원으로 9.7% 줄었다. 호남권의 유흥업소 매출액은 무려 24.3% 급감했고 부산·경남권(8.9%),대구·경북권(8.1%),충청권(7.4%)의 순으로 매출액이 줄었다. 제도적인 악재만 있는 것은 아니다. 소비자들의 트렌드 변화와 주머니 사정도 주류업계를 어렵게 하고 있다. 트렌드 변화의 대표적인 것은 도수가 높은 술을 폭음하는 집단문화 퇴출 현상이다. 고도주 기피와 폭음문화는 웰빙 바람에 밀리면서 전환점을 맞았다는 분석이다. 몸과 마음의 건강을 챙기는 소비자들의 인식 변화가 자연스럽게 고도주가 설 땅을 잠식했다는 설명이다. 주머니 사정도 마찬가지다. 경기가 안좋고 실업이 늘면서 집단 회식 횟수가 급격하게 준 것이 원인이다. 소비자들은 자신의 술 소비 수준을 낮추는 추세가 뚜렷하다. 위스키와 맥주 소비가 줄고 소주 판매가 오히려 늘어나는 것이 이 같은 변화를 잘 대변해준다. 진로 참이슬의 경우 올해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전망될 정도다. 하지만 와인 소비가 늘어나는 것은 이례적이다. 젊은층에서 번지고 있는 와인 바람은 그나마 한 줄기 희망이라는 게 주류업계가 갖는 공통적인 인식이다. 업계는 이에 따라 불황 극복 마케팅에 적극 나서고 있다. 경쟁사의 시장을 잠식하기 위한 업소 마케팅을 앞다퉈 강화하고 있고 온라인 등을 통한 경품 마케팅 등에도 적극적이다. 고기완 기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