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발전소 건설 붐이 전 세계에 일고 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에서 31개 원전 건설공사가 진행 중이고,2050년 세계 원자력 발전량은 지금의 네 배로 증가한다. 40년 후 세계 경제를 가동시키는 데는 지금보다 다섯 배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지만 석유 공급의 한계성이 제기되면서 국제 유가는 계속 오르고 있다. 원자력발전으로 쏠리는 이유다. ◆원전 건설 붐=18일 인터내셔널 헤럴드트리뷴은 신흥 경제 대국 중국과 인도가 원전 건설에 앞장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현재 11개 발전소를 갖고 있는 중국은 2020년까지 32개를 더 짓기로 했고,14개를 보유 중인 인도는 8년 안에 발전량을 세 배 늘릴 계획이다. 서유럽에서도 최근 1999년 이후 처음으로 핀란드가 새 원전 건설을 발주했다. 일본 한국 우크라이나 루마니아 아르헨티나에서도 원전의 비중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미국은 지난 79년 스리마일아일랜드 방사능 유출 사고 이후 원전 신규 투자를 중단했으나 다시 투자에 나서라는 여론이 비등하기 시작했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프랑스는 지난 30년간 원자력 발전을 늘려 석유 소비량을 21%나 줄였는데,미국은 석유 소비가 16%나 늘어 세계에서 가장 비효율적인 에너지 소비 구조가 됐다"고 지적했다. ◆믿을 것은 원자력뿐=현재 세계 각국이 원자력에서 얻는 전기는 전체 소비량의 평균 16%에 불과하다. 원전 사고 및 폐기물 처리에 대한 우려와 한 곳당 30억달러에 달하는 비싼 건설 비용이 원전 확대를 막아왔다. 그러나 유가가 계속 오르면 원자력 발전소를 짓는 게 오히려 경제적이라는 판단 때문에 원전 건설 붐은 한동안 세계적인 대세가 될 것으로 보인다. IAEA에 따르면 서유럽은 이미 지난 70년대 오일쇼크 이후 원자력 발전 비중을 지속적으로 늘려 프랑스는 전기 소비량의 무려 80%,스웨덴은 40%,독일은 30%를 원자력 발전에 의존하고 있다. ◆핵 확산,테러 공포=그러나 원전 이용이 늘어나면서 핵무기 확산과 테러에 대한 공포도 함께 커지고 있다. 미국은 9·11 사태 때 테러리스트들이 당초 원전 공격을 목표로 했었다는 사실을 알고난 후 원전 감시와 검문검색 강화를 위해 10억달러를 추가로 투입했다. IAEA는 핵 확산을 막기 위해 핵 선진국들에 후발국에 우라늄 재처리 기술을 전수하지 말고,농축 우라늄을 수출한 후 원자력 발전의 부산물이자 핵무기 원료인 플루토늄을 다시 회수해올 것을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인터내셔널 헤럴드트리뷴은 "지구 위에 방사능 물질을 실은 배가 상시 떠다닐 것"이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이 때문에 그린피스 같은 환경 단체들은 원자력 발전이 궁극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고,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기술과 풍력 및 태양열 같은 클린에너지에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