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여당인 열린우리당이 국민연금개혁을 후퇴시키는 내용의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정부가 연금 재정의 고갈을 막기 위해 국민적 반발을 무릅쓰고 추진하는 일에 집권여당이 찬물을 끼얹는 것은 당장의 정치적 이해관계 때문에 장기적 국정운영을 그르치게 만드는 행위에 다름아닌 까닭이다. 연금 지급액을 줄이되 보험료는 당분간 인상하지 않는 것을 골자로 하는 여당 개정안이 시행된다면 연금재정은 오는 2052년이면 바닥을 드러내게 된다. '덜 내고 많이 타는' 구조의 현행 제도를 그대로 둘 때에 비해 고갈시기가 5년정도 연장되는데 그칠 뿐이다. 보험료를 올리고 지급률을 낮춰 연금 재정을 안정시키려는 정부안과 비교한다면 개혁의지 자체가 완전 퇴색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당 개정안이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국민연금개혁은 시간이 흐를수록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 때문이다. 열린우리당은 보험료 인상 문제는 2008년에 다시 논의하자는 입장이지만 그 때가 되면 연금 수령자가 3백만명에 달해 지금의 1백30만명보다 배 이상으로 대폭 늘어나게 된다. 그리되면 보험료를 올리고 지급액을 줄이는 형태의 연금제도 수술이 더욱 힘들어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말하자면 열린우리당 개정안은 연금제도 개혁에 따른 정치적 부담을 다음 정권에 떠넘기려는 의도에 불과하다는 이야기다. 우리나라는 유례가 없는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지난 2002년 현재 65세 이상 노년비율이 7.9%에 이르러 고령화 사회의 기준이 되는 7%선을 훌쩍 넘어섰고 오는 2019년이면 14%를 넘어 고령사회로 진입하게 된다. 연금제도 수술이 얼마나 시급한지 한눈에 드러나는 셈이다. 그런데도 눈앞의 정치적 이해득실에 매달려 국가의 백년대계를 외면한대서야 어찌 국정운영을 책임지는 집권여당의 태도라 할 수 있겠는가. 국민연금개혁에 따른 부담을 다음 정권에, 다음 세대에 넘기려는 시도는 당장 중단돼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