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은행들의 각종 수수료가 적정한지에 대해 일제 점검에 나설 방침이어서 은행들에 비상이 걸렸다. 은행들은 현재의 각종 수수료가 원가에 훨씬 미치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수수료 수입규모가 부풀려 알려져 있다면서도 당장 추가 인상시기를 늦추는 등 눈치를 보는 분위기다. 실제 국민은행은 전문업체의 컨설팅 결과를 바탕으로 수수료 체계를 전면 개편할 계획이었으나 이를 일단 보류했다. ◆수수료 인상 실태=금감원이 한나라당 권영세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은행 수수료 수입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또 원가분석도 제대로 돼 있지 않는 등 주먹구구식으로 수수료를 책정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은행 수수료 수입은 작년 4조5천6백76억원을 기록한데 이어 올 상반기에는 3조1천7백77억원으로 급증했다. 18개 은행이 지난 2001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수수료를 인상한 것은 7백57건에 달한다. 새로 만든 수수료 2백33건까치 합치면 신설되거나 인상된 수수료가 9백90건에 이른다. 하루에 평균 한건꼴로 수수료를 올리거나 신설한 셈이다. 더욱 큰 문제는 원가에 대한 분석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인터넷뱅킹 원가의 경우 조흥은행은 1백11원으로 계산하고 있는데 비해 같은 신한금융지주 계열사인 신한은행은 4백98원으로 계산,4.5배의 차이를 보였다. 그런데도 두 은행은 똑같이 건당 5백원의 수수료를 받고 있다. ATM(현금자동입출금기)을 통한 타행 이체원가의 경우 조흥은행은 1천41원,국민은행은 3백12원으로 나타났다. 그렇지만 타행이체 수수료는 국민은행이 1천5백원으로 조흥은행(1천3백원)보다 오히려 비쌌다. 똑같은 서비스에 붙는 수수료라도 은행마다 원가계산과 수수료 부과가 주먹구구식이라는 것이 권 의원의 주장이다. ◆은행들의 항변=은행들은 외환위기 이후 수익성이 강조되는 상황에서 수수료 현실화는 불가피한 조치라고 항변하고 있다. 외환위기 이전엔 거의 모든 거래에서 수수료를 물리지 않다가 차츰 현실화하다보니 고객들이 느끼는 '체감부담'이 더 심해졌을 뿐 아직 원가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주장이다. 은행들은 원가산정과 수수료 부과가 주먹구구식이라는 비판에 대해선 "내부회계처리의 시스템 유형이나 전산 및 인건비의 포함여부 등에 따라 차이가 존재할 뿐 전체적으로 과학적인 원가산출을 근거로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은행들은 특히 선진국 은행에 비해선 아직 수수료율이 현격히 낮은 수준인데도 마녀사냥식으로 은행들을 몰아가고 있다고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은행들은 그러나 수수료 수입증가에 대한 비판여론을 의식,당분간 수수료율 인상은 하지 않을 분위기를 내비치고 있다. 국민은행은 하반기부터 원가에 근거해 수수료 체계를 전면 개편하려 했으나 이를 전면 보류한 상태다. 하영춘 기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