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硏 1만개 시대] 한국 먹여살릴 열쇠는 '기술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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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민간기업연구소 1만개 시대가 열렸다.
진성티이씨의 연구소가 지난 9월7일 1만번째로 등록됐다.
지난 1981년 10월 과학기술처가 "기업연구소 설립 신고 및 인정제도"를 도입하고 46개 연구소를 최초로 인정한 후 23년만에 1만개를 돌파한 것이다.
기업연구소 제도 도입 이래 하루 평균 1개 이상,연평균 4백30개가 넘는 기업연구소가 설립된 셈이다.
국내 민간기업연구소 1만개 돌파의 의미와 과제를 짚어본다.
◆국가 과학기술 및 경제성장에 한몫
기업연구소 1만개 돌파는 국내 기업이 국가 연구개발사업의 중추역할을 하고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기업들이 무한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기술혁신이나 기술개발을 통한 부가가치 창출에 온 힘을 쏟고 있는 것이다.
국내 민간기업은 국가 연구개발투자의 75%를 부담하고 있다.
20만명에 이르는 연구개발 인력의 63%가 기업에서 활약하고 있다.
메모리반도체,LCD,모바일 폰 등 한국을 대표하는 제품들도 바로 기업연구소에서 나왔다.
일부 대기업 연구소는 원천기술을 확보,세계적 수준의 기업연구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또한 특정 기술의 국제표준까지 주도할 수 있는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기업연구소가 배출한 고급인력들은 대학 및 정부출연연구소,산업계 등에서 기술개발의 주역으로 활약하고 있다.
특히 연구소에서 터득한 기업가 정신과 창업 능력을 활용,벤처업계에서도 크게 활약하고 있다.
기업연구소가 국가 경쟁력 제고에 앞장서고 있는 것이다.
◆차세대 성장동력의 주체로 거듭난다
한국이 5∼10년 뒤 무엇을 먹고 살 것인가하는 국가 경쟁력문제가 이슈로 떠오르면서 기술 혁신의 중요성이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정부가 혁신주도형 경제모델을 추진하고 나서면서 기술혁신의 주체로서 기업연구소의 역할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기업연구소가 국가 연구개발 과제를 기획하고 선정하며 개발 및 평가까지 맡는 방식으로 국가연구개발 체제가 변하고 있다.
대학 및 정부출연연구소도 기업연구소의 니즈를 감안한 연구개발체제를 강화하고 있다.
대학은 기업이 원하는 인력양성 및 과제 중심으로 교육프로그램을 짜고 있다.
정부 출연연구소들도 기업 수요를 감안한 기술개발과 기업으로의 기술 이전에 온힘을 다하고 있다.
기초기술을 상품화로 연결짓기 위한 산업계와 대학,출연연구소 간 공동 연구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기업연구소는 차세대 전지,지능형 로봇,메모리 반도체 사업에서도 주역으로 나서고 있다.
국가 프로젝트인 차세대 성장동력사업에서도 기업연구소가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질적 수준 높여야
민간 연구소가 과학기술의 주역으로 뿌리 내리기 위해서는 아직 많은 숙제를 풀어야 한다.
우선 연구개발투자를 대폭 늘려야 한다.
국내 기업의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투자 비율은 2.16%(2003년 기준)에 불과하다.
특히 대기업은 1.9%로 선진국의 절반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연구 인력부족도 심각한 문제다.
1만개 연구소 중 연구원이 5명 이하인 연구소가 4천2백22개로 42.2%나 된다.
기업연구소에 소속된 박사급 연구원은 전체 박사인력의 15% 수준에 그치고 있다.
미국의 경우 박사 연구원 중 40%가 기업에 있으며 일본도 30%가 넘는 수준이다.
그나마 기업에서 대학 등으로 빠져나가고 있다.
연구인력에 대한 보상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의 하나다.
연구원이 기술을 개발하거나 발명하면 그에 대한 연구원들의 보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일본의 경우 직무발명보상제 등을 도입,발명품에 대해 보상해주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대학 및 정부출연연구소들과의 산·학·연 협력 체제도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다.
기업의 기술이전 예산은 1.1%에 그치고 있다.
유럽의 15%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정부의 기업 기술지원정책도 개선돼야 한다.
현재와 같은 단순한 세제지원 제도로는 성과를 거두기가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우수인력을 양성하고 연구개발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도록 관련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 최재익 부회장은 "경기불황 등으로 경영환경이 나빠지고 있는 가운데서도 기업연구소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은 국가 경제발전을 위한 원동력이 살아있다는 증거"라며 "기업 연구소가 중심이 돼 산·학·연간 협력체제를 다지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오춘호 기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