펄프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다. 이에 따라 펄프를 원료로 쓰는 인쇄용지 신문용지 등 각종 종이 가격도 일제히 떨어질 전망이다. 19일 제지업계에 따르면 국내 현물시장에서 NBSK(캐나다산 침엽수표백화학펄프)는 전달보다 평균 8% 정도 하락한 t당 4백50∼4백70달러 수준으로 거래되고 있다. 현물시장에서 가이드라인으로 활용하는 NBSK공급자 고시가격도 지난 6월 6백30달러까지 올랐으나 7월 6백20달러로 하락세로 돌아선 이후 8월 5백90달러,지난달 5백50달러로 가격 하락폭이 점차 커지고 있다. 불과 3개월새 국내 펄프가가 13%가량 떨어진 셈이다. 이처럼 한국 등 아시아시장의 펄프가격이 떨어짐에 따라 상승세를 꿋꿋이 유지해 오던 국제 펄프가격도 동반 내림세로 돌아섰다. 미국 시장의 경우 펄프가가 지난 6월 올 들어 최고치인 6백80달러를 기록한 뒤 3개월 만인 9월 6백50달러로 떨어졌다. 특히 이 같은 펄프가격의 하락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아시아 시장의 경우 중국과 한국이 여전히 높은 수준의 재고를 보유하고 있는 데다 연산 1백20만t 규모의 중국 APP펄프공장이 이달부터 가동에 들어가기 때문에 공급 과잉이 심화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펄프를 주원료로 사용하고 있는 인쇄용지 업계가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한솔제지무림제지 신호제지 등 인쇄용지 업체들은 최근 펄프가격 인상을 종이값에 전가,3·4분기 사상 최대 호황의 발판으로 삼았다. 신호제지 관계자는 "4·4분기가 절기상 종이 수요가 많은 시기인 데다 지금까지 펄프가격이 올라도 가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었다"며 가격하락이 수익성에 당장 큰 타격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그는 "보통 20일치 정도 재고를 확보하면 적절한 데 비해 지금 재고량은 45일치를 육박,분명 공급과잉 상태"라며 "중국을 비롯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에서 1천만t 규모의 펄프공장이 연말과 내년 사이 증축됨에 따라 펄프가격은 4백∼4백50달러 수준에서 횡보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임상택 기자 lim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