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서의 성공은 고객의 니즈(Needs)에 대한 깊은 이해가 바탕이 되어야 합니다." 올해로 창립 1백주년을 맞은 영국 롤스로이스의 최고경영자(CEO) 존 로즈(John Rose) 경(卿)은 세계적 엔진 전문업체로 위상을 굳건히 한 비결을 "고객의 니즈에 바탕을 둔 광범한 제품 포트폴리오로 시장 사이클 변화에 적극 대응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자동차업체로 출발한 롤스로이스는 제트엔진으로 불리는 '가스터빈엔진'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 뒤 현재는 항공기 선박 석유시추 관련 동력시스템을 제공하는 엔진전문업체로 세계 2위를 고수하고 있다. 자동차부문은 독일 BMW에 매각한 뒤 브랜드 관리만 하고 있다. 로즈 대표는 "시장을 선도하는 업체는 전문지식을 활용해 고객의 수요를 이해하고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그는 "과거 롤스로이스는 6개 민항기 모델에 엔진을 공급했으나 지금은 하나의 제품 개발로 30여 각종 민항기에 공급할 정도로 다양한 포트폴리오에 나서고 있다"고 소개했다. 또 "보잉의 B-777에 들어가는 '트렌트' 시리즈는 선박용인 'MT30' 엔진과 석유시추발전용에도 각각 쓰이도록 하는 등 부품공용화율을 80% 가까이 높여 한번 개발한 제품이 여러 분야에 응용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고 덧붙였다. 로즈 대표는 "자동차의 부가가치는 ㎏당 5파운드(1만5백원)에 불과한 반면 항공산업의 부가가치는 ㎏당 90파운드(18만9천원)에 이른다"며 "하이테크 산업으로서 지식재산과 인재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보잉의 B-757 항공기에 들어가는 RB211엔진은 80년대초 개발됐지만 올해 마지막 제품이 납품됐고 앞으로 정비 등을 감안하면 25년 이상 영업이 가능할 정도로 제품 사이클이 길다"며 "제품 개발에 기반해 애프터마켓 시장에서 고객에게 더 많은 가치를 제공하겠다"고 덧붙였다. 로즈 대표는 또 "매년 6억파운드(1조2천6백억원)를 연구·개발(R&D)에 투자하는 등 환경효율적인 기술을 개발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국 내 사업에 대해서는 "지난 40년간 한국에서 활동한 롤스로이스는 앞으로도 많은 기회를 적극 활용할 예정"이라며 "삼성테크윈 등 한국업체와 협력 강화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롤스로이스는 한국 공군과 해군,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등에 5백24대 이상의 엔진을 공급했으며 부산에 선박용 엔진을 생산하는 종업원 1백명 규모의 롤스로이스마린코리아 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또 발주 예정인 대한항공의 초대형 여객기 A-380(엔진명 트렌트900)사업과 육군의 차세대 다목적헬기(KMH)사업(T800),해군의 한국형 이지스함(KDX-Ⅲ)사업(AG9140)과 차세대 호위함(FFX)사업 등 각종프로젝트에 엔진공급 수주를 추진하고 있다. 로즈 대표는 "삼성테크윈으로부터는 지난 2001년 장기공급계약을 체결한 뒤 가스터빈엔진의 주요부품인 연소장치(컴버스터)모듈을 공급받고 있다"며 "이같은 협력사례가 더욱 많아지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롤스로이스는 KMH사업에서 국내업체에 50%수준의 첨단기술 이전을 제시하고 있으며 차세대 민항기 엔진인 '트렌트1000'의 부품을 공급받기 위한 협상을 국내업체와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삼성테크윈과 함께 미국 해군의 P3C 대잠초계기 예방정비 사업 수주를 추진하고 있다. 런던=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