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12일 공정거래법 개정안 국회 본회의 처리를 앞두고 법안에 재계의 입장을 한치라도 더 반영시키기 위한 막판 '총력전'이 펼쳐지고 있다.


재계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처리에 앞서 이달 25일 열리는 국회공청회가 재계의 의견을 전달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될 것으로 보고 홍보전과 병행해 실전 리허설 성격의 공개토론회를 개최하고, 경제5단체 명의로 반대 의견을 재차 표명하는 등 치밀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재계의 움직임은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제출한 공정거래위원회에 대한 국정감사에서의 여야간 대결과 맞물려 나라안이 온통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놓고 들썩거리는 형국이 연출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5단체는 20일 서울 리츠칼튼호텔에서 상근부회장단 조찬간담회를 갖고 공정거래법 개정안의 3대 핵심사안에 대한 반대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 20일 서울 리츠칼튼호텔에서 열린 경제5단체 상근부회장단 조찬간담회에서 참가자들이 간담회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한기윤 중기협 정책조사본부장, 현명관 전경련 상근부회장, 이석영 무협 상근부회장, 김효성 대한상의 상근부회장, 김영배 경총 상근부회장.>



경제5단체는 공식 발표문을 통해 "모든 경제주체가 국민적 역량을 결집해야하는 긴박한 시점에 공정위의 대기업 규제강화 시책은 기업의 투자의욕을 떨어뜨려 경기침체를 심화시키고 일자리 창출을 더욱 어렵게 만들 것으로 우려한다"면서 공정거래법 개정안의 △출자총액제한제도 연내 폐지 △금융보험사 의결권 행사한도 현행(30%)유지 △계좌추적권 부활 철회 등을 촉구했다.


전경련 현명관 부회장은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국회 공청회를 거쳐 가부간 결론을 낼 단계에 접어들어 국민과 정치권, 정부에 재계의 의견을 다시 한 번 전달하고 촉구하기 위해 공동 발표문을 냈다"고 밝히고 "투자를 저해하는 것이 분명한 만큼 현단계에서는 절충안을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못박았다.


이에 앞서 전경련의 천거로 국회 공청회에 공정거래법 개정안 반대쪽 공술인으로 선정된 경희대 안재욱 교수와 삼성금융연구소 이상묵 상무는 19일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가 서울 평동 4.19 혁명 기념도서관에서 '참여정부의 공정거래정책 개선방향'을 주제로 연 공개 토론회에 주제발표자와 토론자로 각각 참석해 '대전'(大戰)을 앞두고 실전 리허설을 했다.


전경련은 공정위가 법안제안자로서 공술자격이 없어 제3자격인 한국방송통신대학 김기원 교수와 한국개발연구원(KDI) 임원혁 박사가 찬성쪽 공술인으로 결정되자 재계측 주장의 객관성을 높이는 차원에서 이 상무와 안 교수를 공술인으로 정해 관련자료를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토론회를 개최한 시민회의는 서울대 송병락 교수가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단체로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대해 침체된 경기회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 등을 들어 즉각적인 철회를 요구해 왔으며 이런 점을 감안, 재계에서는 토론회 개최를 적극적으로 홍보했다.


전경련은 이와함께 언론인을 비롯한 사회지도층을 대상으로 삼성전자의 적대적 인수합병(M&A) 위협을 비롯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둘러싼 논란에 대한 설명회에 나서는 등 국회 공청회를 앞두고 막판 공세에 나서고 있다.


재계가 이처럼 총력전에 나서는 것은 출자총액제한제도 연내 폐지의 경우 청와대와 여당 입장이 워낙 완고해 재계의 요구를 관철시키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나 금융계열사 의결권 한도 현행(30%) 유지나 계좌추적권 부활 반대 등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양보를 얻어낼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계열사 의결권 제한의 경우 열린우리당이 지난 달 단독으로 법안심사 소위를 진행하면서 공정거래법 개정안의 15% 대신 20%로 완화하는 안을 부대의견으로 첨부할 정도로 여당내에 동조세력이 있어 재계의 의견이 전폭 수용되지는 않더라도 부분적이나마 반영시킬 여지가 있는 것으로 재계는 기대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원안대로 통과돼 금융계열사 의결권에 대해 2008년 4월부터 `15% 룰'이 적용되면 금융계열사 지분 8.9% 중 2.8%에 대해서는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되나 20%로 완화되면 자사주를 제외한 모든 지분을 더해도 17.8% 밖에 안되기 때문에 전혀 제한을 받지 않게 된다.


삼성 입장에서는 15%룰이 적용될 경우 삼성전자 지분 1%를 늘리기 위해서는 특수관계인이나 비금융계열사의 지분을 9.9%(금융계열사 지분 8.9%+1%) 늘려야 하기 때문에 엄청난 차이를 갖고 있는 셈이다.


또 계좌추적권 문제도 현재 시행 중인 제도를 폐지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폐지된 것을 부활하는 것인 만큼 계좌추적권 행사요건을 엄격히 제한하는 선에서 재계의 의견이 반영될 수도 있다는 희망섞인 관측이 나오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엄남석기자 eomn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