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자금이 미국에서 빠른 속도로 빠져나가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20일 "해외 민간투자자들이 지난 8월 한달간 미 국채를 44억달러어치 순매도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해외 민간투자자들이 미 국채를 순매도한 것은 1년만에 처음이며,이에 앞서 7월에는 순매수 규모가 20% 급감했었다. 미국기업연구소(AEI)의 데스몬드 라흐먼 연구원은 "외국인 투자는 쌍둥이적자(재정.무역적자)로 몸살을 앓고 있는 미국 경제에 훌륭한 버팀목이었다"며 "만약 외국인 자금이 급속히 빠져나간다면 미 금융시장은 붕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외국인들,미국 투자 흥미 잃었나=미국은 현재 2조5천억달러의 막대한 빚을 지고 있는 순채무국이다. 부족한 투자자금을 감당하기 위해 해외차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간 아시아 중앙은행들을 비롯해 많은 해외 투자자들은 미국의 채권 주식 부동산 등 달러 자산을 매입,미국 경제의 이 같은 어려움을 상당 부분 상쇄시켜 주었다. 하지만 이젠 사정이 바뀌었다. 주식시장 침체와 달러가치 하락 등으로 외국 투자자들은 예전 만큼 미국 자산에 돈을 넣지 않고 있다. 투자 감소는 다시 달러가치 하락을 불러오는 악순환을 낳고 있는 것이다. 국채 회사채 주식 등 전반적인 미국 자산에 대한 외국인 유입 규모는 8월까지 6개월 연속 하락세를 지속했다. 해외 중앙은행들의 미국 국채 매입 규모는 지난 7월 76% 줄어든 41억달러를 기록한 뒤,8월 1백91억달러로 회복됐지만 이 같은 회복세는 일시적인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주식시장도 고전하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미국 주식에 대해 지난 7월 97억달러의 순매수를 기록한 뒤 8월에는 21억달러의 순매도로 돌아섰다. 지난 1년간 외국인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순매수 규모는 1백70억달러로,1년 전 같은 기간의 3백억달러에 비해 절반으로 급감했다. ◆달러 약세 지속 가능성=향후 미국 경제에 대한 불투명한 전망으로 달러가치는 연일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19일 뉴욕시장에서 달러가치는 엔화에 대해 3개월 만의 최저치인 달러당 1백8.33엔까지 추락했다. 유로화에 대해서는 지난 2월24일(유로당 1.2685달러) 이후 약 8개월 만에 처음으로 유로당 1.25달러대로 떨어졌다. 메릴린치가 펀드매니저 1백7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조사 대상자들의 43%는 달러화가 미국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에 비해 여전히 고평가돼 있다고 분석했다. 시장조사 기관인 레프코의 마이클 말페드 환율 분석가는 "유가 변수에 따라 움직이겠지만 달러화 환율은 수일 내로 달러당 1백8엔을 하향 돌파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그러나 미 대선 이전에는 환율이 어느 한쪽 방향으로 크게 움직일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전망했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