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경기가 경착륙하면서 중소 주택업체들이 대거 부도위기에 몰리고 있다. 시장 상황이 호전되지 않을 경우 주택업계의 연말 부도대란설이 현실로 다가올 것이란 얘기가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특히 중소 주택업체들의 경우 이미 분양한 아파트의 입주율이 저조해 속이 타들어가고 있다. 계약자들이 입주 때 치르기로 돼 있는 잔금이 들어오지 않으면 자금난에 빠져 흑자부도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D건설 관계자는 "중도금 무이자 또는 중도금 이자후불제가 유행하면서 투자자들은 계약금 1천만∼2천만원만 내고 아파트를 분양받아 둔 상황"이라며 "입주가 이뤄지지 않으면 분양업체가 부도를 낼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미분양 물량의 급증도 무거운 짐이다. 부산 인천 등에선 수백가구의 아파트 중 단 2가구만 계약되는 상황이 발생할 정도로 분양시장이 꽁꽁 얼어붙었다. 상황이 이런데도 건설사들은 이미 수주해 둔 물량이 많아 어쩔 수 없이 분양에 나서야 한다. 부산을 예로 들면 미분양 물량이 5천가구를 넘는 상황에서 연말까지 6천여가구가 분양대기 중이다. 미분양 물량의 급증은 주택업체들의 자금사정에 가장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업체들의 줄도산 가능성은 한층 커지고 있다. 주택업체들의 이런 사정이 알려지면서 은행들은 대출을 중단하고 있다. 은행으로부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할 수 있는 업체는 손에 꼽을 정도가 됐다. 잘 나가던 업체가 프로젝트파이낸싱을 못해 사업부지로 확보해 둔 땅을 어쩔 수 없이 되파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W건설 관계자는 "대형 건설업체들은 주택사업 비중이 30% 전후여서 부동산경기에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받지만 주택 전문 건설업체들은 부동산경기에 결정적인 영향을 받는다"며 "일단 살아남는 것을 목표로 세일 분양까지 마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시행업체(부동산개발업체)들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주상복합아파트 및 테마상가 개발에 뛰어들었던 시행업체들 중 이미 다수의 업체가 부도를 냈고 나머지 업체들도 신규 사업을 중단했다. 일부 시행업체는 프로젝트파이낸싱을 받지 못해 사업부지 계약금을 떼이는 최악의 상황까지 맞고 있다. 이미 성공적으로 분양을 마쳤던 시행업체들도 마음을 놓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묻지마 투자' 열기에 힘입어 분양에는 성공을 했지만 중도금과 잔금이 들어오지 않아 자금난에 빠져들고 있다. 수도권에서 4건의 오피스텔 사업을 시행한 M사 관계자는 "최근 2년 이내에 사업을 벌인 시행사들은 모두 부동산경기 경착륙의 영향권에 들어 있다"며 "분양 당시에는 큰 돈을 번 줄 알았지만 입주시점에서 쪽박을 차는 시행사들이 수두룩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