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2 12:10
수정2006.04.02 12:13
학교장,병원장,경찰 간부,배우,미술가,무예 고수,대기업 간부,수녀…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이 출가의 길에 들어서 무명초를 깎았다.
태고종이 지난 1일부터 전남 순천 선암사에서 4주 예정으로 실시하고 있는 합동득도 수계산림(행자교육)에서다.
태고종의 합동득도 수계산림은 4주간 매일 새벽예불,불교수행론과 태고종사(史) 강의,울력,참선 수행,참회 정진 등의 수련을 거쳐 사미계를 받기 위한 과정.교육기간 동안 3만여배(拜)의 참회정진을 해야 할 만큼 고된 수행을 견뎌야 해 상당수가 중도 포기하고 속세로 돌아간다.
그런데도 이번 수계산림에는 지난해보다 1백8명이나 늘어난 2백81명이 세속의 명리를 버리고 행자복을 입은 채 동참했다.
연령별로는 30대와 40대가 2백여명으로 가장 많고 50대도 50명을 넘는다.
또 남자 행자 2백18명 중에는 기혼자 60명이 포함돼 있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행자들의 출가 전 직업.전북 용담사 정암 스님을 은사로 출가한 환진 행자(42)는 수녀로서 수도생활을 하다 출가했고 총무원장 운산 스님을 은사로 출가한 도림 행자(59)는 경주 산내상업고,구미 금오·북삼중학교 등의 교장으로 일하다 지난 7월 정년 퇴임했다.
또 대구 대각선원으로 출가한 성봉 행자(49)는 경북대 의대 출신으로 20여년간 병원장으로서 의술을 펼쳤고 정성 행자(66)는 행시 출신으로 경제기획원과 전매청 등에서 근무한 경력을 갖고 있다.
이밖에도 30년간 경찰공무원으로 일했던 동우 행자(58),연극 '국물 있사옵니다'와 마당놀이 '방자전','품바' 등에 출연했던 배우 출신의 윤명 행자(31),다라니 축원법을 개발해 2개의 특허를 가진 우담 행자(50),석조각 부문 무형문화재인 도성 행자(43),본국검 공인 7단인 무술 고수 법륜 행자(45) 등 다양한 경력의 행자들이 즐비하다.
이처럼 사회 명사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출가한 것은 날이 갈수록 세속의 삶이 복잡·피폐해지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0월 박현태(71·법명 지연·남양주 백련사 주지) 전 KBS 사장이 고희(古稀)의 나이에 태고종 승려가 된 것도 출가인원 급증에 한몫 한 것으로 분석된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