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회사의 전자입찰 시스템을 해킹해 정보를 빼돌리는 수법으로 1백30억원 상당의 공사를 부당하게 따낸 업자들이 경찰에 적발됐다.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는 건설업체 전자입찰시스템의 보안 취약점을 이용,경쟁업체들의 입찰가를 알아낸 후 부정입찰한 혐의(입찰방해 등)로 이모씨(24) 등 3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나무창호 제조업체인 S사의 전산담당으로 일하던 이씨는 지난해 7월 건설업체 L사가 발주한 사당동 아파트의 나무창호 공사 입찰에 참여했다가 이 회사 보안시스템의 중대한 취약점을 발견했다. L사의 전자입찰시스템 홈페이지 주소입력창에 경쟁업체의 사업자등록번호를 입력하면 그 업체의 ID와 패스워드가 나타나 공사 입찰가를 손쉽게 파악할 수 있었던 것. 이씨의 보고를 받은 S사 상무 최모씨(45) 등은 모든 경쟁업체의 입찰가보다 낮은 가격에 입찰가를 써냈고 올 초까지 7차례의 공사 발주에서 하도급업체로 선정돼 1백30여억원어치의 공사를 따냈다. 그러던 중 이씨는 혼자 돈을 벌기 위해 다른 경쟁업체에 입찰가를 알려주겠다고 제의했고,업체의 제보를 받고 추적한 경찰에 검거됐다. 경찰 관계자는 "L사뿐만 아니라 다른 건설업체들의 전자입찰시스템도 취약하기는 마찬가지"라며 "중요한 정보를 처리하는 시스템의 사소한 보안 취약점이 엄청난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혜수 기자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