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가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대해 20일 경제5단체 명의의 발표문까지 발표하며 대국민 성명전에 나선 것은 이 문제가 판가름나는 결전의 날(11월중 국회 본회의 처리)이 임박한 만큼 재계의 입장을 분명하게 알려야겠다는 다급함 때문이다. 재계는 "정부 정책의 최우선 순위는 기업투자 촉진이다.나머지 정책목표는 경제가 안정되고 난 뒤에 추진해도 늦지 않다"(현명관 전경련 부회장),"정부는 총론에선 "일자리 창출,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외치면서 각론에선 왜 기업을 얽어매려고 하는지 모르겠다"(김영배 경총 부회장)고 한계에 달한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기업투자 시급한데 왜 발목 잡나" 출자총액제한제도의 기본틀을 유지하려는 정부에 대해 재계는 "이 제도가 기업의 투자의욕을 떨어뜨려 경기침체를 심화시키고 일자리 창출을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출자총액규제가 기업들이 새로운 업종으로 진출하는 것을 근본적으로 제약,5∼10년 뒤 우리 국민을 먹여 살릴 신성장동력산업의 출현을 막게 될 것이란 얘기다. 외환위기 이후 기업구조조정과 기업지배구조 개선,투명회계제도 도입,증권집단소송제 시행 등으로 시장의 자율감시기능이 원활하게 작동할 환경이 충분히 조성된 것도 출자총액규제와 같은 대기업 규제가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이유라고 재계는 주장하고 있다. 재계는 비정규직 정부 입법안도 국회에서 논의될 시점에서 정치권이 노동계의 불법적 투쟁선언 등에 밀려 노동계의 요구를 추가로 반영하게 되면 투자활동에 갈 길 바쁜 기업들의 발목을 붙잡는 또 다른 복병이 될 것으로 걱정하고 있다. ◆"경영권 방어 부담 덜어달라" 금융계열사 의결권 행사한도를 현행 30%에서 15%로 축소하는 것도 재계는 절대 반대하고 있다. 외국인이 국내 기업의 주식을 다량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들이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맞서 경영권을 방어하느라 투자여력이 줄어들게 될 것이고 장기적으로 투자분위기를 해칠 것이라는 지적이다. 기업이 경영권 방어에 매달려 보수·안정 위주의 경영을 고수하다 보면 투자가 위축되고 성장기반이 약화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다. 계좌추적권을 재도입하려는 것도 기업의 경영활동을 위축시키고 계열기업 간 정상적인 내부거래를 제약할 것이란 게 재계의 지적이다. 재계는 공정거래위원회의 대기업 규제정책에 대해 "기업의 소유지배구조,재무구조,투자방법은 좋은 경영성과를 내기 위한 기업의 자율적 선택수단"이라며 "자산 규모가 크다는 이유만으로 국내 기업에 대한 역차별적인 규제를 시행하면 기업의 신규 투자가 위축돼 국가경쟁력마저 저하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