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 회장은 20일 오후 홀가분한 기분으로 한라산 등반에 나섰다. 지난해 2월 SK글로벌(현 SK네트웍스) 사태 이후 크게 흔들렸던 그룹 경영이 이날 확정된 '뉴SK'라는 모토와 '행복극대화'라는 새로운 기업이념으로 변신의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지난 18일부터 제주도 서귀포시 파라다이스호텔에서 열린 'SK 최고경영자(CEO)세미나'에서 최 회장과 머리를 맞댄 최신원 SKC 회장,조정남 SK텔레콤 부회장,신헌철 SK㈜ 사장 등 20여명의 계열사 CEO들도 한라산 정상에 올라 '뉴SK'의 목표를 이루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굳게 다졌다. SK는 이번 CEO세미나에서 기업이념을 '이윤극대화'에서 '행복극대화'로 변경하고 △강한 기업 △신뢰받는 기업 △행복한 사회 등을 '3대 추구가치'로 설정했다. 향후 SK의 50년을 이끌어갈 경영 패러다임의 쇄신이다. ◆주식네트워크→고객네트워크 SK가 확정한 지배구조개선과 경영시스템 개선방향은 한마디로 '독립경영체제'. "성장한 자식이 독립해 한 집에서 같이 살지 않더라도 가풍과 라이프스타일을 공유하는 한 여전히 가족입니다." 최태원 회장은 계열사의 독립경영을 '자식의 독립'에 비유하며 SK 관계사들이 독자적으로 경영하더라도 SK의 기업문화와 브랜드를 공유하면 여전히 'SK가족'이라고 정의했다. 종전처럼 주식으로 얽히고 총수 1인이 지배하는 구조로는 더 이상 경쟁력을 갖출 수 없다는게 새로운 지배구조를 마련한 배경이다. 최 회장은 "의사결정을 위로 미루지 않고 '내가 곧 회사'라는 자세로 판단하고 대응하는 조직이 강한 조직"이라며 의사결정 시스템을 과감하게 하부조직에 넘기자고 강조했다. ◆기업이념은 행복극대화 SK는 이번 세미나를 통해 '뉴SK'의 기업이념을 재정립했다. 그동안 '이윤극대화'였던 경영의 최우선목표는 '고객-구성원(종업원)-주주-사회' 등 기업을 둘러싼 전체 이해관계자의 '행복극대화'로 수정했다. 기업내부에서만 기업경영활동을 바라보던 관점을 외부까지 넓힌다는 의미라는 설명이다. SK의 CEO들은 "기업의 발전을 통해 기업과 사회가 동시에 발전하는 선순환적 관계를 만들어 나가자"고 다짐했다. SK그룹 권오용 기업문화실장은 관계사간 네트워크 경영과 관련,"각 관계사가 제공하는 제품과 서비스는 다르지만 이를 이용하는 고객은 똑같은 사람"이라며 "고객만족을 위해 서로 다른 회사가 제휴하고 협력하는 것은 당연한 패러다임"이라고 강조했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