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종권 감독의 로맨틱코미디 '에스 다이어리'는 한 여성이 10년 동안 세 남자와 갖는 연애담을 다뤘다.


여주인공 나지니(김선아)의 남성편력을 중심으로 사랑과 섹스에 관한 남녀간의 가치관 차이를 묻는다.


나지니의 심리적 변화를 이끄는 이야기구조에서는 취약성을 드러내지만 재치있는 에피소드들이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낸다.


나지니의 상대역들은 우리 사회에서 여성들이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이성형들이다.


성당에서 만난 오빠(이현우),대학 선배(김수로),연하남(공유)은 사랑의 밀어로 그녀를 유혹하곤 떠나 버린다.




여주인공은 사랑과 섹스(욕망)를 동일한 것으로 여겼지만 남자들은 그렇지 않았다.


남자들에 대한 그녀의 복수극도 '여성이 피해자'라는 인식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그녀의 눈에 비친 세 남자는 하나같이 두 얼굴의 소유자다.


그러나 종반부 남자들이 그녀의 마음을 얻고자 노력하는 장면이 제시되면서 이런 시각을 뒤집는다.


비록 실패한 연애라 해도 사랑의 순간은 남녀 모두에게 진실한 것이라고 역설하고 있다.


결국은 여주인공도 이같은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러나 남성에 대한 나지니의 시각 변화에 대한 동기 부여가 없다.


그녀가 데이트 비용을 과거의 남자 파트너에게 청구한다는 식의 복수극은 설득력이 부족하다.


나지니가 스스로 사랑의 진실을 깨닫게 되는 과정도 감독의 관점에서 NG 모음을 보여주듯 일방적으로 제시될 뿐이다.


한 여성이 세 남자와 갖는 성적 체험이란 플롯은 기본적으로 1977년 개봉된 영화 '겨울여자'와 동일하다.


'겨울여자'의 이화는 첫사랑에 실패한 뒤 결혼과 상관없이 남성 편력을 했고 그녀의 삶에는 불행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그러나 나지니의 연애 실패는 단순히 성장 과정으로 유머러스하게 그려진다.


특히 나지니가 섹스 파트너의 어머니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욕조 거품 속에 숨거나 성직자가 된 첫 애인에게 비아그라를 먹이는 모습 등은 관객의 허리를 꺾어 놓는다.


딸의 초경을 기념해 연애 일기장을 선물하고 성장통을 묵묵히 지켜보는 어머니(나문희)는 개방된 성문화 시대의 사회상을 반영하고 있다.


22일 개봉,15세 이상.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