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에 대한 고유가 불안이 짙어지면서 달러화 가치가 가파르게 추락하고 있다. 전날 뉴욕외환시장에서 유로화에 대해 8개월 만의 최저치를 기록한 미 달러화는 21일 도쿄시장에서도 0.41엔 하락한 달러당 1백07.83엔에 거래됐다. 이는 3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엔·달러 환율이 1백8엔대가 붕괴된 것은 지난 6월28일 이후 처음이다. 이로써 엔화 대비 달러 가치는 이달 초 달러당 1백11엔대 이후 2주 연속 하락세를 지속하며 3% 가까이 떨어졌다. 앞서 뉴욕시장에서도 달러화 가치는 장중 유로당 1.2629달러까지 떨어지며 지난 2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달러화 가치 급락의 주된 원인으로 미 경제 부진에 대한 우려를 꼽고 있다. 8월 무역적자가 5백40억달러로 급증하는 등 최근의 경제지표가 예상 외로 부진한 데다 달러화 가치의 버팀목 구실을 해주던 외국인 자본 유입마저 큰 폭으로 감소해 달러 가치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여기에다 이날 발표된 일본의 9월 무역흑자가 전년 동기 대비 12.7%나 급증한 1조2천3백80억엔에 달한 것도 엔화 대비 달러 하락을 부추겼다. 일각에서는 고유가를 최근 달러가치 하락의 가장 큰 요인으로 꼽고, 고유가가 진정되지 않는 한 달러 약세가 가속화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이날자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AWSJ)은 전문가의 말을 인용,미 소비 부진과 무역적자 급증은 고유가가 주된 배경이라고 지적하고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도 달러 약세를 경고하고 나섰다고 전했다. 레베카 패터슨 JP모건 투자전략가는 "고유가에 따른 미 경기 둔화로 FRB의 금리인상 속도가 느려질 것"이라며 "이는 달러가치에 부정적"이라고 지적했다. 하빈더 칼리라이 스테이트스트릿글로벌 애널리스트는 "미 경제가 소프트패치(일시적 침체)를 벗어나지 못한 상황에서 달러 가치는 향후 수개월 내 1백엔대까지 추가 하락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