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의 위헌 판결로 노무현 정부의 신행정수도 이전 시도에 제동이 걸림에 따라 정부의 중·장기 재정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신행정수도 이전 문제가 다시 본 궤도에 오르더라도 오는 2007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될 예정이던 이전 공사는 지연될 공산이 커졌고,이로 인해 토지보상비 등 관련예산도 급증할 우려가 높아졌다. 나라살림의 밑그림을 다시 짜야 할 판이다. 기획예산처는 당초 오는 2007년 7월부터 행정타운과 시범 주거단지를 시작으로 신행정수도 공사를 본격 실시한다는 전제하에 '2004∼2008년 중장기 재정계획'을 수립했다. 신행정수도 주민 입주와 기관 이전은 2012년부터 시작하고,중앙행정기관은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이전을 마무리 할 방침이었다. 이같은 계획이 무리없이 진행될 경우 신행정수도 인구는 2020년 30만명,2030년 50만명 등으로 단계적으로 늘어나 최종적으로 대전 청주 등과 함께 광역도시권을 형성하게 될 것으로 정부는 예측했었다. 이에 따라 올해 29억원이던 신행정수도 이전 관련 예산은 내년과 2006년에 각각 1백22억원과 5백20억원으로 소폭 늘어난 뒤 공사가 본격화하는 2007년부터 대폭 증가하는 것으로 짜여졌다. 2007년에는 2천7백20억원,2008년에는 6천2백20억원이 배정됐다. 그러나 헌법재판소가 21일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을 위헌으로 규정함에 따라 이같은 예산틀에 큰 폭의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우선 토지보상 문제를 놓고 신행정수도 이전지역 주민들의 격심한 반발이 예상된다. 특히 수도이전 추진일정 지연으로 토지보상 시기가 미뤄지면 지역 주민들이 토지보상 기준일을 변경해달라고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수도이전 계획이 발표된 이후 해당 지역 땅값이 급등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당초 4조6천억원 정도로 잡았던 토지보상 예산은 턱없이 부족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2004년 1월1일로 정한 토지보상 기준일이 연기될 경우 막대한 혈세가 추가 투입돼야 하는 셈이다. 지난해 5월부터 지금까지 37억원 이상을 지급했고 내년에도 1백억원가량이 배정돼 있는 연구용역 작업도 원점에서 재검토돼야 할 상황이다. 신행정수도 논의가 완전히 무산될 경우 그동안 쓴 예산은 효과가 없게 돼 결과적으로 혈세를 낭비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게 됐다. 이와 관련,김병일 예산처 장관은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에 따라 특별법과 직접 관련되는 예산은 조정해야 한다"며 "그러나 책정돼 있는 예산을 모두 삭감해야 하는지는 검토해 봐야 할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