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헌재결정 '갈등 불씨' 아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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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행정수도 건설 특별법'에 대한 헌법재판소 결정이 있은 21일 헌재 주변은 하루종일 긴장감이 감돌았다.
국민들 사이에는 당초 합헌이나 각하 결정이 나 정부의 행정수도 이전 행보는 급물살을 탈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헌재가 접수 1백여일만에 초고속으로 결정을 매듭지으려 한 움직임도 이같은 예상을 뒷받침했던 터다.
하지만 이날 오전부터 여당 등 정치권 안팎에선 위헌 결정이 내려질 가능성도 높다는 소문이 급속히 돌기 시작했다.
윤영철 헌법재판소 소장이 "재판관들의 의견이 세 갈래로 나뉘었다"는 결정문의 초반부를 읽어 내려가면서 대심판정 바깥은 약간 술렁거리는 분위기였다.
윤 소장이 전체 재판관 9명 중 1명을 제외한 8명이 "특별법이 헌법에 위배된다"는 결론을 내렸다는 대목을 읽어내려가자 이 소문은 사실로 굳어졌다.
이번 헌재 결정에 대해 각계각층의 반응은 엇갈렸다.
이번 헌법소원을 주도한 청구인 측과 서울 시민 대부분은 일제히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한 서울시민은 "이번 헌재 결정은 아주 명쾌했다"며 "대다수 국민의 뜻을 무시한 채 막무가내 식으로 밀어붙인 정부의 탁상행정이 헌재 결정으로 바로잡히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종착역 직전에서 암초를 만난 충청지역 주민들은 충격을 금치 못하며 우려의 뜻을 표시했다.
지방분권국민운동 충북본부 송재봉 공동집행위원장은 "헌재가 법리적 해석보다는 정치적인 판단으로 위헌 결정을 한데 대해 이해할 수 없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헌재결정을 현장에서 지켜본 기자로서는 이번 결정이 그동안 사분오열됐던 국민여론을 하나로 모으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했다.
수도이전 등을 둘러싸고 국민들간 갈등과 마찰로 인해 생긴 상처는 아직도 아물지 않은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권이 또다시 당리당략을 앞세워 국민여론을 분열시킨다면 이 나라의 장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다.
앞으로 헌재결정에 따라 정해진 절차를 차분히 진행하면서 신행정수도 이전을 둘러싼 국민적 갈등을 해소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정인설 사회부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