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행정수도 건설특별법이 위헌으로 결정되자 행정수도 예정지로 사실상 결정됐던 충청권의 주민들은 "설마했던 일이 현실로 다가왔다"며 매우 당혹해 하고 있다. 반면 서울시와 경기도는 헌재 결정에 대해 "대한민국 국민 모두의 승리"라며 크게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당혹해 하는 충청권=정부의 건설의지가 워낙 확고해 당연히 기각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던 주민들은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 벌어졌다"며 허탈해했다. 특히 신행정수도 지구로 지정됐던 충남 연기군 주민들은 이른 아침부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으나 위헌결정이 나자 예상보다 훨씬 더 큰 실망감에 싸여 있다. 그동안 신행정수도 이전작업이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돼 왔기 때문에 낙관하고 있던 주민들은 당장 부동산 가격 하락을 걱정하고 있다. 연기군 남면 양화리 김모씨(45)는 "애초에 정부를 믿은 게 잘못이었다"며 "주민들의 실망감을 무엇으로 보상해 줄 것이냐"고 분노를 터뜨렸다. 대전상공회의소 김주일 회장은 긴급성명을 통해 "적법한 절차를 통해 압도적으로 통과된 법률에 대해 헌재가 위헌결정을 내린 것에 충격과 경악을 금할 수 없다"며 "신행정수도 이전이 최대의 난관에 부딪쳤으나 재개될 수 있도록 지역경제계의 모든 역량을 결집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신행정수도 건설작업에 참여하기 위해 대비해 오던 건설업체들의 허탈감은 더욱 크다. 대전에 본사를 둔 도원디테크건설 윤해균 사장은 "충청권 일대에 대규모 건설붐이 일 것으로 보고 인원과 장비를 늘리는 등 조직을 확대해 왔으나 물거품이 된 것 같다"며 "앞으로 어떻게 꾸려나가야 할지 막막하다"고 걱정했다. 지역 부동산가도 크게 술렁이고 있다. 대전시 대덕구 대덕밸리부동산 공인중개사 주석조씨(52)는 "그동안 신행정수도 이전 효과로 엄청나게 뛰었던 부동산 가격이 어디까지 하락할지 벌써부터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며 "최근에 분양가가 엄청나게 오른 상태에서 분양받거나 은행 대출을 내 아파트를 구입한 고객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전했다.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백경원 간사는 "국회를 통과한 특별법이 어떻게 위헌이냐"며 "신행정수도 이전을 위한 대대적인 시민운동을 펼쳐 나가겠다"고 밝혔다. ◆서울시.경기도는 환영=이명박 서울시장은 이날 TV 생중계를 통해 위헌 결정을 확인한 뒤 입장발표 시간(오후 2시35분)을 당초보다 40분 앞당겼다. 밝은 표정으로 서울시청 3층 태평홀에 들어선 이 시장은 "그동안 우울한 나날을 보냈는데 기쁜 마음으로 만나게 돼서 기쁘다"고 운을 뗐다. 이어 "서울시장으로서 국가와 민족의 미래를 위해 역사적인 결정을 해주신 헌법재판소에 깊은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이 시장은 향후 수도이전 반대운동에 대해 "위헌 결정에 대한 정부의 대책에 맞춰 대응해 나가겠다"며 "정부가 국민투표에 나설 경우 수도이전 반대를 위한 대국민 홍보 및 설득에 적극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손학규 경기도지사도 이날 헌재의 위헌결정 직후 기자회견을 갖고 "오늘은 우리나라의 헌법이 엄연히 살아있고,존엄성을 확인할 수 있는 역사적인 날"이라고 말했다. 손 지사는 "헌재의 결정으로 신행정수도 건설특별법은 이제 완전히 소멸됐다"고 덧붙였다. 그는 "오늘 결정은 어떤 통치자도 국민의 뜻을 존중해야 한다는 준엄한 역사적 심판"이라며 "노 대통령은 수도이전 문제 등 국가적 과제를 정략적으로 이용해 국론을 분열시켜서는 안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전=백창현 기자 chbaik@hankyung.com 김후진·김철수 기자 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