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행정수도 건설 특별법'에 대한 헌법재판소 결정이 있은 2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주변은 종일 긴장감이 감돌았다. 재판관들도 평소보다 30분 일찍 출근해 헌재 결정문을 최종 점검했다. 이른 아침부터 서울시 의원들과 시민들은 수도이전을 반대한다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수백명의 경찰 병력도 배치됐다. 수도이전을 찬성하는 쪽은 '합헌이나 각하 결정이 내려져 정부의 행정수도 이전은 급물살을 탈 것'이란 기대로 다소 느긋한 분위기였다. 헌재가 접수 1백여일 만에 속전속결로 결정을 매듭지으려 한 움직임도 이같은 기대를 뒷받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윤영철 헌재소장이 "재판관들의 의견이 세갈래로 나뉘었다"는 결정문의 앞부분을 읽어 내려가자 헌재 주변은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결국 "특별법이 헌법에 위배된다"는 최종 결론이 내려지면서 수도이전 찬성과 반대쪽은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이번 헌법소원을 주도한 청구인측과 서울시민 대부분은 즉각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한 시민은 "이번 헌재 결정으로 국민의 뜻을 무시한 정부의 밀어붙이기식 탁상행정이 바로잡히게 됐다"고 말했다. 설마했던 수도이전 지지자들은 이날 결정에 충격을 금치 못하며 깊은 우려의 뜻을 표시했다. 지방분권국민운동 충북본부 송재봉 공동집행위원장(38)은 "헌재가 법리적 해석보다는 정치적인 판단에 의해 내린 이번 결정을 이해할 수 없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현장에서 헌재결정을 지켜본 기자는 이번 결정으로 또다시 국민 여론이 사분오열되지 말았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했다. 그동안 수도이전을 둘러싼 갈등과 마찰로 국민들은 이미 큰 상처를 입었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권이 또다시 수도이전문제를 당리당략 차원에서 이용하려 한다면 국론분열은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게 된다. 정치권은 국민과 함께 이번 헌재결정을 존중하면서 수도이전문제로 생긴 사회적 갈등을 하나하나 해소해나가야 할 때이다. 정인설 사회부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