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봉천동에 사는 K씨(31)는 최근 어렵사리 운전면허를 취득했다. 이제 차를 살 일만 남았다. K씨는 원래 차값은 조금 비싸더라도 연료비가 적게 드는 경유차를 살 계획이었다. 그러나 에너지 세제개편에 따른 경유값 및 자동차세 인상으로 경유차의 이점이 갈수록 줄어들 것이란 소식을 듣고 망설이고 있다. 최근 들어 이런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정부가 환경오염을 줄이기 위해 경유차에 대한 각종 혜택을 축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동차를 장만하려는 사람들은 자동차세와 에너지 관련 세제가 어떻게 개편되는지 살펴보고,자신에게 유리한 자동차가 무엇인지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경유값,휘발유값의 85%로 오른다 우선 알아둬야 할 것은 현재 휘발유값의 65% 수준인 경유값이 오는 2007년까지 85% 수준으로 높아진다는 점이다. 정부는 조세연구원의 연구용역 결과를 토대로 휘발유값 대비 경유값을 △2005년 7월 75% △2006년 7월 85% 수준으로 2단계에 걸쳐 인상하는 방안과 △2005년 7월 72% △2006년 7월 78% △2007년 85%로 3단계에 걸쳐 올리는 방안 두 가지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어느 방안이든 휘발유값이 1천4백원으로 고정돼 있다고 가정할 때 현재 ℓ당 8백80원 정도인 경유값이 3년 뒤에는 1천1백90원까지 높아진다. 경유차에 부과되는 자동차세도 단계적으로 오른다. 경유차의 자동차세는 내년에는 배기량이 같은 승용차가 내는 자동차세의 33%에서 2006년에는 66%로 높아지고,2007년 이후에는 승용차와 같아진다. 올해는 배기량에 관계없이 경유차에는 6만5천원의 세금을 부과했다. ◆경유차 vs 휘발유차 경유차와 관련된 세금이 이렇게 오를 경우 경유차를 살 때 누릴 수 있는 이점은 얼마나 줄어들까. 배기량 2천cc급 차종 중 대표적인 경유차인 싼타페와 휘발유차인 NF쏘나타를 비교해보자. 경유세와 자동차세 인상 전인 올해까지 싼타페는 1년 유지비가 연간 주행거리 2만km 기준으로 총 1백56만5천원(연료비 1백50만원+자동차세 6만5천원) 정도다. NF쏘나타 유지비는 3백13만5천원(연료비 2백61만6천원+자동차세 51만9천원)으로 싼타페의 두배 정도 든다. 그러나 경유세와 자동차세가 인상된 2007년 이후부터는 싼타페가 2백50만원으로 올해보다 1백만원가량 늘어나 NF쏘나타와의 격차는 50여만원으로 좁혀진다. 여전히 싼타페의 유지비가 NF쏘나타보다는 싸다. 같은 조건으로 준중형급 승용차 아반떼XD와 비교할 경우 경유세와 자동차세 인상 전에는 아반떼XD의 유지비가 2백69만원(연료비 2백27만6천원+자동차세 41만5천원)으로 싼타페보다 1백만원 정도 높았지만,2007년 이후에는 엇비슷해진다. 따라서 경유세와 자동차세 인상을 고려하더라도 싼타페와 NF쏘나타같이 2천cc급 차를 장만하고 싶은 사람들은 휘발유차보다는 경유차가 여전히 유리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러나 자동차값은 다소 비싸지만 유지비를 아낄 목적으로 싼타페를 고려했다면 오히려 가격이 낮은 아반떼XD를 장만하는 게 나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는 연간 주행거리 2만km를 가정한 것이므로 주행거리가 긴 운전자라면 여전히 경유차를 사는 게 유리하다고 할 수 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