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시장에 '모럴 해저드'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대주주의 회사자금 횡령,M&A(기업 인수.합병)나 유상증자 철회,수주금액 과대계상 등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사건들이 줄을 잇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코스닥 불신 증폭->투자자 이탈->주가 동반하락"이라는 악순환을 가져올 것으로 우려된다. 전문가들은 "등록기업의 모럴해저드가 재발되지 않게끔 제도를 보완하는 하는 것과 함께 투자자들의 옥석 가리기 지혜도 절실한 시점"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확산되는 투자자 불신 22일 코스닥시장에서 한통데이타는 하한가까지 추락했다. 과거의 허위 매출이 악재였다. 이 회사는 회계법인을 통해 보유 중인 자산에 대해 실사를 벌인 결과 매출채권 잔액 1백54억여원 중 62억여만원의 허위 매출채권이 있음을 뒤늦게 확인,이를 지난 21일 자발적으로 공시했으나 투자자의 신뢰를 얻지 못한 것이다. 회사자금 횡령 건은 최근 들어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수처리 계측장비 업체인 창민테크의 경영권을 지난 5월 넘겨받은 이모씨 등은 예금 인출과 어음 수표 무단 발행 등을 통해 회삿돈 2백48억원을 횡령했다. KT텔레콤 영진닷컴 등은 시장에 회사자금 횡령설이 나돌아 코스닥증권시장으로부터 조회공시를 받은 상태다. 이 밖에 영업권 양·수도 계약 등을 체결했다고 밝혀 시장의 관심을 끌었다가 바로 계약이 무산되거나 철회됐다고 공시하는 경우도 잇따르고 있다. M&A 계약 등이 호재라는 점에서 공시내용 철회 과정에서의 주가 급변으로 선의의 피해자가 양산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유상증자를 취소하거나 실패한 업체들도 시장의 신뢰를 떨어뜨리기는 마찬가지다. 전문가들은 "증자에 대한 불신이 확산될 경우 비용부담 없는 자금을 증시에서 조달하기 힘들어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옥석 가리기 절실 코스닥 기업의 모럴 해저드에는 복합적 요소가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머니 게임에 치중한 대주주가 딴 주머니를 차기 위해 무리를 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부터 은행권의 중소기업 대출 기피로 자금난에 처한 창업자들의 무리한 자금 운용이 횡령으로 이어졌다는 지적까지 다양하다. 전문가들은 코스닥 기업의 모럴 해저드가 더욱 잦아진 만큼 시장감시자 기능 강화와 함께 투자자들의 '색깔 있는 기업' 솎아내기 노력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우증권 신동민 연구원은 "경영진이나 대주주의 책임의식이 약해진 사례들이 늘고 있다"며 "투자자로서는 부실 기업에 대한 시그널을 시장에서 미리 포착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신 연구원은 잦은 사명 및 최대주주 교체,매출 대비 차입금 비중 과다,현금흐름 악화,액면가 미달 등을 부실 신호로 꼽았다. 감시 체제가 보강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조회공시,거래정지,투자 유의종목 지정,퇴출 등에 더 엄격한 잣대를 적용해 투명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얘기다. 코스닥증권시장 이동림 공시팀장은 "부실 기업을 조기 발견하고 적극 대응하기 위해 공시제도를 엄격히 적용하고 있다"면서 "이에 따라 시장의 클린화가 어느 정도 진행되고 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투자자들의 신중한 접근"이라고 지적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