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존중하고 경제회복에 주력하라." 각계 원로.전문가들은 헌법재판소의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 위헌 판결에 대해 "한국에 법치주의가 살아있음을 보여준 좋은 사례"라고 평가하고,"정부는 수도이전 문제로 야기된 혼란을 해소시키기 위해 이같은 결정을 하루빨리 수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지금은 국민적 화합을 통해 경제도약과 국가경쟁력 강화를 국정의 최우선 목표로 삼아야 할 때"라며 "시야를 밖으로,미래로 넓혀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신일철 고려대 명예교수 한국은 법치국가이다. 법의 의한 지배를 인정하는 전통이 확립돼야 한다는 얘기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이번 헌재의 위헌 결정은 법의 지배가 확고함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정부가 이런 헌재의 결정을 당리당략이나 운동권적 사고로 대응해서는 안된다. 만약 이번 결정을 준수하지 않는다면 위법이 될 뿐만 아니라 나아가 법치국가의 정신을 지키려는 의지가 있는지를 의심받게 될 것이다. 아울러 수도이전 문제로 인한 국가적 불안감을 하루 빨리 종식시키기 위해서라도 정부는 신속히 용단을 내리고 이에 따른 대응책을 강구해야 한다. 또한 정부는 북한의 연방제 통일전략을 감안해서라도 서울을 민족의 수도에서 나아가 '통일수도'로 유지한다는 기본적인 입장을 앞으로도 계속 견지해야 한다. ○김진현 세계평화포럼 이사장 노무현 대통령이 헌재의 이번 결정에 대한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어 향후 정국이 어떻게 전개될지 여전히 불확실한 상황이다. 대통령이 조속히 헌재 판결과 수도이전 계획에 대한 입장을 표명해야 국민들이 느끼는 충격과 혼란이 수습될 수 있을 것이다. 한가지 중요한 점은 이같은 혼란이 왜 생겼나 하는 점을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현 정부가 모든 것을 너무 급격하게 바꾸려고 했다는 데 혼란의 근본 원인이 있다. 민주주의라는 것은 소수와 반대파가 존재하는 것을 전제로 한 정치 시스템이다. 따라서 민주주의 제도 하에서는 급격한 변화와 개혁보다는 점진적인 변화를 추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수도이전이라는 대형 이벤트를 통해서 기득권을 너무 급격하게 해체하려고 했다. 그러다 보니 국민들의 반대에도 무리하게 밀어붙이게 된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국민들의 여론을 겸허히 수용하고,반대파들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이는 정치를 해야 할 것이다. ○김병주 한국개발연구원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이번 헌법재판소의 판결은 하나의 분수령이 될 것이다. 지금까지 정부의 개혁주체들은 기성세대의 의견을 무시해 왔다. 기성세대라는 것은 개발연대를 주도했던 사람들이다. 이 중에는 독재에 편승해 득을 본 사람도 있지만 묵묵히 자기 일을 해온 사람들이 대다수다. 이제 노무현 정부의 과제는 과거처럼 자신의 지지세력들에만 의지해서 국정을 운영할 것이냐,아니면 개발연대에 노력했던 기성세대들까지 포용하면서 국정을 조리 있게 균형감각을 가지고 운영할 것이냐의 갈림길에 서 있다. 노 대통령이 남은 3년을 성공리에 마치고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는 후자를 택해야 한다. 수도이전 문제는 지금 우리에게 그다지 시급한 문제가 아니다. 현 정부의 문제점은 너무 과거지향적이고 대내지향적이라는 데 있다. 정책의 시야를 미래지향적이고 대외지향적으로 넓힐 필요가 있다. ○김중웅 현대경제연구원 회장 혼돈과 갈등에서 벗어나 경쟁력을 제고하고 국가 발전을 이루기 위한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국민을 통합하고 국력을 결집하는 화합형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법과 원칙을 지켜 사회질서를 유지하는 법치주의를 실현하는 일이다. 지금 우리가 당면한 최대 과제는 무엇보다 경제활성화를 통한 국제경쟁력의 제고와 민생안정이라고 생각한다. 경제부문의 법치주의가 시장경제라고 할 때,지금은 시장경제 원리의 확립을 통해 국민경제를 한 차원 높이는 계기가 돼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지성인의 도덕적 용기와 책임있는 행동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정부를 비롯한 각계 각층의 지도자들은 자기 이해관계를 떠나 헌재의 판단에 승복함으로써 국민화합을 이룰 수 있는 '통합적 리더십'을 발현해야 한다. ○김광두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 헌재의 위헌 결정은 절대 존중돼야 한다. 그것이 민주주의 질서의 근간이 되는 법치주의다. 정부와 여당이 헌재 판결을 만약 존중하지 않는다면 어느 국민이 법을 지키겠는가. 청와대와 여당은 헌재의 위헌결정을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 국내 경제상황이 어려운 이 시점에서 국민적 갈등을 증폭시킬 수 있는 행정수도 이전을 무리하게 추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지역 균형발전은 행정수도 이전 대신 다른 방법을 통해 추구해야 한다. 예컨대 산·학·연 클러스터 등을 폭넓게 추진하면 지역 균형발전을 달성할 수 있다. 지금은 국민적 갈등을 봉합해 경제회복에 힘을 합치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그런 관점에서 국가보안법 폐지 등 여당이 추진 중인 4대 개혁입법도 잠시 접어두는 게 바람직하다. 정리=안재석·김동윤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