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술(IT)·수출주에 삼성전자가 있다면 내수주엔 태평양이 있다. 국내 화장품시장 1위 업체인 태평양은 업종을 뛰어넘어 내수 대표주로 통한다. 태평양이 '내수 스타주'로 입지를 굳힌 배경은 업계 최고의 브랜드 파워를 바탕으로 강력한 시장지배력을 지닌 제품들이 많다는 점이다. 로레알 샤넬 시셰이도 등 세계적 회사들을 물리치고 국내 대표 브랜드로 자리잡은 '라네즈'를 비롯해 방문판매 시장과 백화점을 휩쓸고 있는 '설화수'와 '헤라' 등이 대표적이다. 설화수의 경우 소비자들이 고급 화장품을 선호하는 경향에 힘입어 경기와 관계없이 매출이 꾸준히 늘고 있다. 이런 이유로 다른 내수주들이 국내 경기 변동에 민감한 것과 달리 태평양은 불황에도 외형을 키우며 주식가치를 높일 수 있었다. 태평양 주가는 지난 2000년 1만원대에 불과했다. 이후 급등세를 지속하면서 만 4년 동안 15배 넘게 올랐다. 태평양은 2000년대 거래소시장에서 주가가 가장 많이 오른 종목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10월22일 현재 주가는 21만7천5백원이다. 동원증권이 추정한 올해 예상 이익 대비 주가수익비율(PER)은 9.9배 수준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태평양 주가가 여전히 저평가된 상태라고 분석하고 있다. 시장점유율 경쟁력 성장성 수익성 등을 감안할 때 아직도 20% 이상은 더 오를 여력이 충분하다는 평가다. 한영아 삼성증권 연구원은 "지난 4,5년간 방문판매나 백화점 등 유통망 경쟁에서 한 발 앞서온 태평양이 최근에는 브랜드숍 경쟁에서도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며 "강력한 브랜드를 가져 다른 업체보다 브랜드숍 효과가 확실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실적도 더욱 개선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삼성증권은 이에 따라 목표주가를 21만6천원에서 28만5천원으로 올렸다. 강희승 서울증권 연구원은 "태평양의 고부가 제품 판매가 호조를 보이고 있고 직판 부문 구조조정으로 수수료 비용이 절감돼 수익성이 급속히 좋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증권은 내수가 극도로 부진하지만 올해 태평양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지난해보다 각각 4.3%,19.1%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 매출액은 올해보다 5.2% 증가한 1조2천4백5억원,영업이익은 8.8% 증가한 2천4백7억원으로 각각 추정했다.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16.4%에서 올해는 18.8%로,내년에는 19.4%까지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