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熙範 < 산업자원부 장관 > 수출이 드디어 2천억달러를 넘어섰다. 국토 면적 세계 1백9위,인구 크기 25위에 불과한 우리나라가 수출로는 당당히 세계 12위의 반열에 올라선 것이다. 1964년 1억달러로 시작했던 수출은 현재 수출액은 2천배,수출품목은 11배,수출 대상국은 5.6배,무역업체 수는 1백30여배로 증가했다. 뿐만 아니라 반도체 조선 휴대폰 LCD 등은 세계 시장점유율이 1위다. 또 러시아 인도와 같은 신흥국가에서는 인구의 70%가 한국산 가전 제품을 쓸 만큼 우리상품의 인기가 높다. 그러나 한편으로 마냥 기뻐하기엔 지금의 수출 상황은 본선을 눈앞에 둔 높이뛰기 선수의 모습이라고 해야 옳을 것 같다. 우리에겐 새로이 넘어야 할 다음 과제가 있기 때문이다. 참여정부의 목표는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를 여는 것이다. 1995년 1만달러 시대가 시작된 이후 우리는 8년째 제자리 걸음을 해왔다. 이대로 멈춰서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국민소득 2만달러를 위한 돌파구가 멀리 있는 것은 아니다. GDP 대비 수출비중이 30%가 넘는 상황을 고려하면 결국 국민소득 2만달러를 이루는 동력은 수출로 귀결된다. 국민소득 2만달러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수출은 4천억달러대에 가까워져야 한다. 2천억달러에서 안이해지지 말아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지금 세계시장은 총성 없는 경제전쟁을 하고 있다. 기업활동은 무한 경쟁시대로 진입했으며,중국이 세계 생산기지가 되면서 우리 뒤를 바짝 쫓고 있다. 급변하는 무역환경 속에서 수출 4천억달러를 앞당기는 열쇠는 '변화에 대한 빠른 적응'과 '기존의 것을 뛰어넘는 새로운 수출전략'을 세우는 것이다. 새로운 수출전략의 첫 번째는 잘 팔리는 것은 더 잘 팔리게,새로운 것은 보다 빠르게 라는 시장원칙을 철저히 지키는 데 있다. 흔히들 우리 수출구조는 반도체 무선통신 자동차 컴퓨터 선박 등 5대 품목의 수출편중 현상이 심하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뒤집어 생각해보면 5대 상품군이야 말로 시장 변화의 흐름에 가장 잘 적응하고 있기 때문에 수출이 잘 되고 있는 것이다. 20 대 80의 법칙을 적용해 본다면 잘 팔리는 상품은 더 잘 팔리도록 고부가가치화를 위한 기술개발과 마케팅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 한편으로 새로운 수요의 부상에 대비한 신제품 개발에도 투자를 게을리 해서는 안된다. IT BT NT 등 소위 미래 전략산업은 무주공산(無主空山)으로 기술의 상용화 선점 여부에 따라 시장이 결정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기술 선진국들과의 수출경쟁에서 낙오되지 않으려면 신기술과 신상품 개발을 위해 기술개발과 투자를 지속해 나가야 한다. 두번째 전략은 상품과 시장에 대한 기존 영역을 뛰어넘는 것이다. 산업화 시대에는 수출이 제조업에 국한됐지만 디지털 시대에는 제조업과 서비스가 결합되는 복합무역이 새로운 수출 기회를 창출하게 된다. 자동차와 IT가 융합된 텔레매틱스,산업설비와 금융이 결합된 플랜트 등이 그 대표적 예다. 한편 해외 마케팅도 선진국 시장 뿐 아니라 중국 러시아 인도 브라질과 같은 신흥시장을 놓치지 않도록 지역별로 차별화해야 한다. 여기에 연간 2조달러가 넘는 국제조달시장 진출,해외 유통망을 활용한 마케팅 등 틈새시장을 향한 시장개척도 병행할 필요가 있다. 세 번째 전략은 거래방식과 소비패턴의 변화를 따라잡는 것이다. 디지털 환경으로 인해 거래방식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병행하는 형태로 바뀌었고 소비코드도 가격에서 감성 중심으로 전환되고 있다. 세계시장에서 이런 흐름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한류(韓流)마케팅,디자인·브랜드 개발,국가이미지 제고 노력과 함께 전자무역 기반을 조기에 갖춰야 한다. 수출 2천억달러는 우리 국민의 근면함,기업인들의 기업가 정신 그리고 정부의 지원이 어우러져 이뤄낸 땀의 결과물이다. 수출 2천억달러 달성의 주역인 국민과 기업인에게 진심 어린 감사를 표하며,수출 4천억달러 시대를 향해 다시 한번 우리 모두가 힘차게 도약하기를 제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