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구슬이 서 말이라도 ‥ 이 견 <대한펄프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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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견 대한펄프 사장 kee@dhpulp.co.kr >
카를로스 곤 사장은 6천6백억엔의 적자를 기록하며 파산위기에 몰렸던 닛산자동차를 불과 2년 만에 3천3백11억엔의 흑자기업으로 돌려놓았다. 구조조정의 비결을 묻는 언론의 질문에 "위험을 직감했을 때 즉시 단호하게 실행한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위기의 순간에 움직이지 않으면 상황은 악화된다"고 강조했다.
전에 있던 회사에 'Perform first,talk later'란 경영 표어가 걸려있다. '실행은 먼저,말은 나중에'란 뜻이다. 쉽게 약속하고 지키지 않을 때 사람 취급 받기가 어렵다. 한두 번은 몰라도 반복을 일삼으면 제도권에서는 바로 퇴출이다. 덤으로 꼬리표까지 달려 평생 따라다닌다. 잘 알면서 행동하지 않는 것은 더 심각하다.
실행력은 기업 성공의 가장 중요한 요소다. 아무리 훌륭한 전략을 수립해도 이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지 않은가. 기업 성공의 핵심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알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이미 알고 있는 것을 실행하는 것이다. 그러나 아는 것을 실행하는 것이 말처럼 쉽지는 않다.
몇해 전 포천지에 '왜 CEO들이 실패하는가'란 기사가 실렸다. "실패한 CEO들을 보면 그들이 똑똑하지 않거나 비전이 없기 때문에 실패하는 게 아니다. 실패하는 CEO들의 약 70% 정도는 매우 단순하고 치명적인 단 하나의 약점,즉 실행력이 없었기 때문이었다"라고 전하고 있다.
행동보다 합리화를 위한 말을 중요시하는 경우가 가끔 있다. 문제가 생기면 토론하고 결론을 내리며 행동 계획을 세우는 것을 문제 해결로 착각한다.
사람들은 실행보다는 문제 분석과 방법 모색에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하기도 한다. 실제 실행에 옮기는 사람보다 계획을 수립하고 과장된 말로써 이를 제시하는 사람이 높이 평가받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때 직원들 사기는 여지없이 떨어진다. 당연히 실행보다는 계획 수립이나 화려한 발표를 중요시할 수밖에 없다.
'파워포인트'를 보기 좋게 만들기 위해 불필요한 궁리에 몰두한다든가,어떻게 말해야 상사가 좋아할까 등에 아까운 머리가 낭비된다. 중요함이 뒤바뀐 상황이 심화될수록 회사는 속 모르게 골병 들기 시작한다. 훌륭한 인재가 넘쳐나도 분위기가 그렇게 잡히면 암담해진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지식이 성장 견인의 자원은 돼도 보증수표는 아니다. 머릿속에 행동규범을 하나 만들자. '실행 없이 성공 없다. 실패를 두려워 말고 실행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