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된 국정감사는 정말 기대할 수 없는 것인가. 17대 국회 첫 국정감사도 결국 이런 의문을 남긴채 끝났다. 정책국감 민생국감 등 여야 모두 새로운 모습을 다짐하며 출발했고,또 초선의원들의 비중이 3분의 2에 이르는 만큼 국민들의 큰 기대를 모았지만 실상은 과거와 크게 달라진게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물론 긍정적으로 볼 만한 대목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피감기관에 대한 고압적인 자세가 과거에 비해 어느 정도 줄었다든지 일부 초선의원들이 동료 의원들과 정책 자료집을 만들어 연구하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 등은 앞으로 변화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게 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이번 국회는 정쟁국감이라는 과거의 구태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고 본다. 국정감사 초반부터 색깔 논쟁,기밀유출 논란,서울시 관제데모 시비 등이 제기되면서 뭐하자는 국정감사인지에 대해 회의를 갖게 했다. 게다가 국가보안법 과거사기본법 사립학교법 언론개혁법 등 이른바 여당의 '4대 법안' 발표로 각 상임위별 정책이슈는 뒷전으로 밀려난 채 국정감사가 완전히 정치공방의 장으로 변질돼 버렸고,마지막에는 헌법재판소의 신행정수도 위헌판결에 대한 정치적 공방으로 막을 내린 것이다. 한마디로 여야가 다짐했던 정책국감 민생국감과는 너무도 거리가 멀었다고 할 수 있다. 국정감사는 무엇보다 국정운영의 본질적인 문제에 대한 깊이있는 감사가 돼야 한다는 점에서 여야 모두 반성이 절실하다. 국정감사가 제 역할을 하려면 구조적 문제 또한 시급히 개선돼야 한다는 점도 다시 한번 분명해졌다. 3주 동안 수많은 기관을 대상으로,그것도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복잡하고 전문적인 정책이슈들을 모두 감사해야 한다면 심도있는 국감이 될리 만무하다. 여기에 피감기관들의 자료 제출 비협조라든지 불성실한 자세,증인들의 증언 거부 등도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번 기회에 국정감사가 안고 있는 이런 제반 문제를 개선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돼야 한다. 더 이상 국정감사가 실효성도 없는 정치성 연례행사로 그쳐서는 안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