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런던 인근 브리스톨에 위치한 롤스로이스의 항공엔진 제작공장.첨단 엔진 제작을 손작업으로 진행하는 모습이 인상적인 이 공장에서 만난 노동자들의 자부심은 대단하다. 1백년 역사의 기업에 다니면서 고부가 하이테크 제품을 만들어낸다는 장신정신으로 무장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1970년대 후반 이후 노동쟁의를 한번도 일으키지 않은 것으로 유명하다. 그렇다고 임금이 많은 편도 아니다. 41세 직원의 경우 연평균 임금이 2만7천∼2만8천파운드(약 5천6백만∼5천8백만원)로 영국의 1인당 국민소득(2만5천달러)에 비춰 보통 수준이다. 회사측으로서도 저임금 국가를 찾아 생산현장을 이전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영국 롤스로이스의 최고경영자인 존 로즈 경(卿)은 "우리는 영국 미국 일본 등 고임금국가에서 제품을 생산하지만 낮은 임금을 찾아 공장을 다른 나라로 옮기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동차업체로 출발한 롤스로이스가 1백년 이상 기업을 영위할 수 있었던 것은 이 같은 노사공동의 인식을 바탕으로 끊임없는 기술개발을 통해 지식집약적 고부가산업에 역량을 집중해서다. 전세계 1백30개 국가와 5백개 민항기업체에 항공 및 선박용 엔진을 파는 롤스로이스는 엔진이라는 딱 한 가지 품목만으로 연간 1백10억달러(약 13조원)의 매출로 세계시장의 40%를 차지한다. 1백년 동안 롤스로이스가 전세계에 공급한 제품이 5만4천여대에 불과하다는 점은 항공·선박엔진 분야가 제품단가가 높은 하이테크 산업임을 보여주고 있다. 경영진은 최근의 유가나 철강재가격 급등에도 '비상경영'이나 '위기경영'이라는 말을 내세우지 않는다. 로즈 대표는 "임금이나 원자재 가격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며 "중요한 것은 고객에게 통합된 가치를 제공해주는 것"이라며 경영의 원칙을 강조했다. 롤스로이스의 노동자들과 경영진이 생각하는 얘기를 듣다보면 1인당 국민소득이 몇년째 영국 국민소득의 40%인 1만달러에 맴돌고 있는 한국의 상황이 떠오른다. 대기업 노조의 상대적 고임금과 중간 수준의 기술력.이런 상황을 돌파하기 위한 공장 해외이전이 늘면서 산업공동화 우려가 높아지는 요즘 롤스로이스 기업경쟁력의 원천이 부럽기만 하다. 런던=정태웅 산업부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