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대 국회의 첫 국정감사가 3주간의 일정을 마무리했다. 국감 초반 군사기밀자료 유출과 역사교과서 문제로 '색깔론' 시비가 일긴 했지만 여야는 예년과 같은 무분별한 폭로 대신 정책중심의 감사에 비교적 충실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일부 의원들은 충실한 사전조사를 바탕으로 현안을 날카롭게 파고들어 피감기관을 바짝 긴장시키는 등 맹활약하며 주목받았다. 재정경제위에선 한나라당 윤건영 의원,민주당 김효석 의원,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 등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이헌재 부총리 겸 재경부장관이 세 사람을 지칭해 "공부를 많이 해왔고,분석도 잘 했다"고 칭찬할 정도였다. 특히 심 의원은 정부가 파생상품 시장을 통해 외환개입에 나섰다가 1조8천억원의 손실을 낸 점 등을 파헤쳐 눈길을 끌었다. 재경위원장을 맡은 한나라당 김무성 의원(3선)은 국감 전 '의원들 대접하느라 예산 낭비하는 일이 없도록 하라'는 요지의 서한을 피감기관장들에게 일일이 보내 17대 국회의 변화를 주도했다. 김 위원장은 앞서 지난 8월 임시국회에서도 "과장급 이하 실무자들은 돌아가라"며 부처 직원들이 장·차관을 따라 국회에서 대기하느라 시간을 허비하는 관행을 바꾸자고 지시한 적이 있다. 정무위에선 열린우리당 전병헌 의원과 한나라당 유승민 고진화 의원 등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전 의원은 '생활중심정치'를 기치로 내걸고 의사자의 국립묘지 안장,보험소비자 권리,신용불량자 대책 등 유권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이슈들을 잇따라 제기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산자위 소속의 열린우리당 김태년 서갑원 이광재 한병도 의원 등 '초선 4인방'은 소그룹을 결성,중소·벤처기업 육성을 위한 정책제안을 잇따라 발표하며 활발한 활동을 벌였다. 한나라당 박순자 의원은 도암댐 오염실태를 고발하기 위해 현지에서 오염된 물을 직접 국감장에 공수해오는 등 '실증국감'으로 주가를 올렸다. '생활국감'을 선언한 건설교통위 소속 한나라당 한선교 의원은 '새집증후군'의 폐해를 구체적으로 제기했다. 이밖에 최연소 국회의원인 과기정통위 소속의 한나라당 김희정 의원은 △개인정보누출 폐해 △일본 플루토늄 2백10㎏ 실종 등 대형 이슈들을 제기,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홍영식·박해영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