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원형을 제시하는 연극 '꼽추,리처드 3세'가 11월5일부터 28일까지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공연된다. 셰익스피어의 원작 희곡 '리처드 3세'에 '꼽추'를 강조어로 추가한 이 작품은 15세기 영국 장미전쟁의 와중에서 실존했던 인물을 소재로 했다. 꼽추에 팔이 뒤틀린 기형 인간인 리처드 3세는 여인을 취하기 위해 그녀의 남편을 살해했고 권좌를 찬탈하기 위해 조카를 죽인 악마적인 영혼의 소유자.추한 외모에도 불구하고 여인을 호릴 정도로 언변이 뛰어나고 통찰력도 대단했다. 셰익스피어는 실존 인물을 모델로 도덕적 관념을 넘어서는 시적 상상력과 풍부한 언어로 연극의 극대치를 이룩했다. 이번 작품은 원작에 충실하되 악의 현재성에 주목한다. 리처드 3세의 엽기적인 행각은 유영철의 연쇄살인을 연상시키고 권력 다툼도 현실사회의 정치적 암투와 다르지 않기 때문. 연출가 한태숙씨는 "리처드 3세를 매력적으로 그려내 관객들을 악의 공범으로 만들 것"이라며 "관객들은 살인 행각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의 무대예술가 알렉산드르 쉬시킨은 무대 천장에 수십개의 대형 창(窓)들을 설치해 주인공이 창에 압사당하는 마지막 장면으로 깊은 인상을 남길 계획이다. 리처드 3세 역은 안석환이 맡았고 고수민 장영남 지영란 최홍일 손진환 박성준 장우진 장성원 등이 출연한다. 예술의전당과 악어컴퍼니가 공동 제작한다. 화∼금요일 오후 7시30분,토 오후 4시·7시30분,일 오후 3시. (02)580-1132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