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학년도부터 외국어고나 과학고 등 특수목적고에 입학한 학생은 관련 계열이 아닌 의·치대나 법대 등에 진학하기가 매우 어려워질 전망이다. 내년부터 특목고는 설립취지에 맞지 않는 학과나 집중 이수과목을 개설할 수 없으며 특히 외국어고는 전공의 50% 이상을 '전공 외국어'로만 채워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내신 상대평가를 도입하는 '2008학년도 대입제도 개선안'과 맞물려 특목고 출신이 어문,이공계 등 동일계열이 아닌 타 계열에 진학하려면 일반고 출신에 비해 큰 불리함을 감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교육인적자원부는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특수목적고 정상화 방안'을 24일 발표했다. 이 방안은 이달말 원서를 접수하는 2005학년도 신입생부터 적용된다. 이에 따라 특목고 진학을 준비하고 있는 중3 학생은 달라지는 제도를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특목고는 수능 공부 안돼=정상화 방안의 골자는 특목고를 설립 취지에 맞게 운영토록 한 것이다. 이를 위해 먼저 특목고의 교과과정을 엄격히 제한한다. 즉 외국어고는 외국어,과학고는 과학교과 등 전문교과에 한해서만 총 이수단위의 10%를 늘려 편성할 수 있도록 하고 설치학과 이외의 별도 집중 이수과정이나 학과(외국어고의 경우 '이과반') 등은 개설하지 못하게 한다. 외국어고의 경우 그동안 2백16이수 단위 가운데 재량·특별활동을 제외한 1백92단위를 기준으로 10%,즉 19단위 이내에서 수학·과학 등을 가르치며 수능시험 준비를 해왔으나 내년 신입생부터는 외국어 관련 교과만 증편할 수 있게 된다. 특히 외국어고는 전문교과(82단위 이상) 중 '주전공' 이수 비율을 50% 이상으로 확대해야 한다. 그동안 일부 외국어고에선 독일어 프랑스어 등 제2외국어권 학과에서도 영어를 집중적으로 가르치는 등 교과과정을 변칙 운용해 왔다. 또 이렇게 양성된 특목고 학생이 동일계 대학에 진학하도록 길을 만들어준다. 2008학년도부터 대학에 '동일계 특별전형'을 도입해 외국어고는 어문계열,과학고는 이공계열에 진학할 경우 혜택을 준다. 이들 전형에선 특목고 학생은 내신 평균석차가 6등급 이내면 지원할 수 있지만 일반고 출신은 2등급 이내여야 하기 때문에 지원 자체가 제한된다. 특목고의 입학전형도 바꾼다. 교과성적 위주의 선발을 지양하고 각종 기록물과 실기,실험·실습,구술·면접 등을 활용한 다단계 전형이 실시되며 일부 외고에서 실시했던 수리형 문항 중심의 편법적 구술·면접은 금지된다. 각종 경시대회 수상실적도 반영하지 않도록 권장한다. ◆특목고생 입시에서 불리해지나=교육부 김영윤 학교정책과장은 "이 방안이 시행되면 특목고는 본래 목적대로 해당 분야 우수 인재를 양성하는 교육기관으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밝혔다. 입시전문가들도 외국어고 등에서 실시하는 수능 과목 위주의 수업에 제동이 걸리는 데다 새 대입제도에 따라 2008학년도부터 내신 상대평가가 실시되면 우수한 학생이 몰린 특목고 출신은 입시에서 일반고 출신에 비해 크게 불리해질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학교 수업의 대부분이 전문교과에 치중돼 수능 과목을 제대로 배울 수 없는 데다 '석차 9등급제'가 실시되면 어떻게든 학생들을 아홉줄로 세워야 하기 때문. 다만 주요 대학들이 특목고생 선발을 위해 지금도 '석차백분위' 대신 '평어(수우미양가)'를 사용해 내신 반영 비중을 최소화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특목고생이 크게 불리할 게 없다는 분석도 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