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화선이 폭탄을 향해 타들어가고 있다" 소버린 자산운용이 SK(주)의 임시주주총회 소집을 요구한 사실이 전해지자 증권업계는 외국인이 한국기업 사냥에 나선 신호탄이란 반응을 보였다. 외국인의 한국증시 진격 속도가 워낙 빨라 충분히 '예견했던' 결과라는 것이다. 사실 외국인의 시가총액 비중이 한국증시의 경우 42%를 넘어섰다. 상장기업 중 31개사가 이미 외국인에 최대주주 자리를 내줬고,1백38개 회사는 외국인이 2대주주로 올라섰다. 업황이 좋은 해운업계는 이미 기업인수·합병(M&A) 가시권에 들어섰다. 대한해운현대상선은 유럽계 펀드가 집중 매수,2대주주로 올라섰다. 독일 바우포스트그룹은 한국의 제약주란 제약주는 모조리 사들이며 싹쓸이 중이다. 삼성물산 역시 경영권을 위협받고 있다. 한국의 대표기업인 삼성전자마저도 M&A에 노출돼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안심할 수 있는 우량기업은 하나도 없다고 보는 게 옳다. 하지만 국내기업은 금융 계열사 의결권 제한,출자총액제도 등 각종 규제에 묶여 효율적으로 경영권을 방어하기가 역부족인 상황이다. 이에 따라 외국인은 경쟁자 없이 헐값에 국내주식을 사들이고 있다. 예컨대 소버린이 운용하는 펀드인 크레스트 시큐리티스가 SK㈜의 경영권을 위협하는 데 투입한 자금은 1천7백억원에 불과하다. SK㈜ 시가총액(약 7조원)의 2% 남짓한 자금이다. "아무리 헤비급선수라고 해도 손발이 묶인 상황에선 플라이급 선수에게 두드려 맞을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한 전문가는 지적했다. 조주현 기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