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2 12:27
수정2006.04.02 12:30
반도체 웨이퍼 검사장비와 게임 프로그램 등 국내 정보기술(IT)관련 핵심기술을 회사 이직과 함께 외국계 업체로 유출하려던 이들이 검찰에 대거 적발됐다.
반도체 제조 중간재인 웨이퍼의 불량여부를 검사하는 웨이퍼 검사기술은 판정의 정확성에 따라 회사 생산성과 매출에 큰 영향을 미치는 핵심기술로 50억원에 이르는 개발비용은 물론 운용을 위해 숙련기술자의 7∼8년 이상 현장경험이 필요하다고 검찰은 전했다.
이 기술이 유출될 경우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달한다.
이번 사건은 특히 개인홈페이지나 웹하드(인터넷상의 저장공간) 등 비교적 단순한 경로를 통한 것으로 드러나 해당기업의 허술한 보안망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핵심기술 해외유출의 실태와 대책'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7년여 동안 국내 기업들의 핵심기술 유출에 따른 예상 피해 액수는 자그마치 44조원에 이른다.
검찰이 우리나라의 기술유출 사건을 적발한 건수도 해마다 늘어 2000년 10건,2001년 20건,재작년과 작년 각각 15건에 이어 올해는 8월까지만 21건을 적발했다.
◆홈페이지로 '핵심기술' 업로드=서울중앙지검 컴퓨터수사부(이득홍 부장검사)는 반도체 웨이퍼 검사장비 운용 핵심기술을 외국 경쟁업체로 빼돌리려고 한 혐의(부정경쟁 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로 국내 유명 반도체 제조업체인 A사 전 연구원 김모씨(35)를 구속기소했다고 25일 밝혔다.
김씨는 지난 1일자로 외국기업 I사의 미국법인으로 옮기기로 한 뒤 올 4∼9월 동안 5차례에 걸쳐 장비운용 프로그램 3백30여개(A4용지로 라면 1박스 분량)를 모 포털 사이트에 있는 자신의 홈페이지로 전송해 경쟁업체에서 사용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다.
김씨는 홈페이지 업로드 과정이 회사내부 보안망에 걸리지 않는 점을 사전시험을 통해 확인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 이민수속을 밟던 김씨는 지난달 23일 출국 이틀 전 검거됐다.
◆메일·웹하드로도 샜다=검찰은 또 웨이퍼 제조장비 설계도를 이메일을 통해 외국으로 유출하려고 한 국책사업 업체 B사 소속 신모씨(32)를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신씨는 지난 6∼7월 국책사업인 2백mm와 3백mm 웨이퍼 기술개발 자료를 미국계 경쟁사인 L사로 빼돌리려다 적발됐다.
검찰관계자는 "B사는 일본 회사가 독점했던 반도체 제조설비를 국내 최초로 개발한 업체로 기술이 유출됐을 경우 '천문학적'인 피해가 발생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검찰은 출시직전의 온라인 게임 관련 정보를 유출한 게임 개발업체 C사 소속 장모씨(27) 등 3명을 구속기소하는 한편 이모씨 등(25) 2명을 각각 불구속 또는 약식기소했다.
장씨 등은 지난 5월께 처우에 불만을 품고 순차적으로 C사를 퇴사하면서 CD 등으로 C사가 15억원을 들여 개발한 프로그램 등을 빼낸 뒤 웹하드에 올려 공유한 혐의다.
◆유출범죄 집중단속=검찰은 최근 첨단기술관련 범죄로 인한 피해가 급증함에 따라 서울중앙지검 컴퓨터수사부 산하에 '기술유출범죄센터'를 신설,기술정보 유출행위를 집중단속키로 했다고 이날 밝혔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