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대한해운 '백기사' 역할 할까 .. 産銀 입김 '관심'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대우조선해양이 대한해운의 '백기사(경영권 방어를 돕는 제3세력)'로 나서자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경영권 분쟁 중인 대한해운과 골라LNG가 대우조선 입장에서 볼 때는 모두 주요 고객이기 때문이다.
◆대한해운 'SOS'
세계 10위권 벌크선업체인 대한해운은 적대적 기업인수·합병(M&A)에 대한 방어차원에서 자사주를 우호세력에 넘기게 됐다고 설명하고 있다.
대한해운 관계자는 "골라LNG가 지난 9월 경영권 논란 이후 경영권 장악 의도는 없다고 밝혀왔지만 만약의 사태에 대비한다는 차원에서 우호세력을 찾게 됐다"고 말했다.
그린화재 등 금융회사에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하는 등 우호세력 확보에 나선 대한해운은 조선업체와도 제휴를 모색했으나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등은 출자총액제한에 걸려 최종적으로 대우조선에 'SOS'를 친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조선 "거중조정 역할"
대우조선은 지분 매입이 대한해운측의 요청에 의한 것이라면서도 "대한해운과 골라LNG 양측 사이에서 거중조정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골라LNG는 대우조선의 주요 고객.대우조선은 2001년부터 최근까지 척당 2천억원 가까이 하는 14만5천㎡급 LNG선 4척을 수주했다.
대한해운 자사주를 매입했던 지난 18일에도 1척을 수주했다.
대한해운도 4∼5년 전 대우조선으로부터 LNG선 2척을 인도받은 데 이어 지난 6월 17만t급 이중선체 벌크선 2척을 발주하는 등 대우조선과 유대관계를 맺고 있다.
따라서 조선업계에서는 양측 모두를 고객사로 둔 대우조선이 '조정자 역할'이 가장 합리적이라고 판단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분석을 하고 있다.
대우조선 관계자는 "골라LNG가 적극적인 M&A 의사를 밝히지 않았고 현재의 위치를 유지하면서 발언권을 강화하려는 정도로 파악되는 만큼 중재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주식 매입에 대해 골라LNG도 환영의 뜻을 밝히며 '적대적 M&A 의도가 없다'고 거듭 강조해왔다"고 덧붙였다.
◆산업은행 입김 불었나
대우조선은 2000년 대우중공업으로부터 회사분할에 의해 설립된 회사로 산업은행 지배 하에 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최근 대우조선이 대한해운 지분 취득에 대한 협의를 요청해왔으나 이사회 결의를 필요로 할 정도의 대규모 자금 투입이 아니어서 알아서 판단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업계는 산은이 대주주인 회사가 향후 주가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주식에 2백56억원을 투자한다는 것은 무리라고 지적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우조선의 독자적인 판단이라기 보다는 외국계에 의한 무차별 공격에 맞서 국내기업의 경영권을 보호해야겠다는 국책은행의 의지가 담긴 게 아니냐"는 분석을 제기했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