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출자총액제한과 투자는 관계가 없다는 20세기적 주장만 펴고 있다." 현명관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이 지난 25일 저녁 출입기자들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던진 말이다. 재계가 공정거래법 개정안의 국회 처리를 앞두고 이날 낮 국회에서 열린 공청회에서 "한국은 기업사냥꾼 천국이다.정부는 몰라도 너무 모른다"며 답답함을 호소한 뒤라서 현 부회장에게 질문이 쏟아졌다. 현 부회장은 "학자나 관료들은 기업들의 변화된 투자패턴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출자총액제한제는 맥아더 사령부가 일본의 재벌을 해체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로 지금은 무용지물이다.출자총액제한제로 기업 투자가 저해된다는 기업인들의 얘기를 곧이곧대로 듣지 않는 사실이 서글프기까지 하다"고 토로했다. 그는 "기업들은 과거처럼 기술이나 설비 등에 자체 완결적인 투자를 하는 것이 아니라 마케팅 기술 연구개발 등 모든 방면에서 뛰어난 기업과 합작이나 제휴하는 방식으로 투자하고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며 변화된 기업환경을 이해하지 못하는 정부를 답답해 했다. 그러나 재계의 이 같은 하소연에도 공정위는 여전히 자신들의 주장만을 고집하고 있다. "출자총액제한제로 7조원이 넘는 기업투자가 차질을 빚고 있다"는 전경련의 조사보고서가 25일자 신문에 대서특필되자 공정위는 반박자료를 냈다. 내용은 "전경련 조사결과가 대부분 투자와 관계없는 출자를 제한한 사례이고 구체적인 기업명이 제시되지 않아 그 진위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것.재계가 심혈을 기울여 작성한 조사보고서는 한 마디로 '쓸데 없는 소리'가 돼버린 셈이다. 하지만 이날 간담회에서 강신호 전경련 회장은 "노무현 대통령의 해외순방을 동행하면서 늘 공식적이고 어려운 자리여서 허심탄회하게 재계의 바램과 뜻을 전할 수 없었다"고 아쉬워했고 좌승희 한국경제연구원 원장은 "재계는 예전과 같은 정경유착을 바라지도 않고 그렇게 돼서도 안되지만 정부와 기업이 따로 갈 수는 없다"고 계속해서 대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정부도 '21세기적 마인드'로 기업환경을 다시 한 번 살펴봐야 할 때다. 장경영 산업부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