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동참모본부는 26일 강원도 철원군 최전방 3중 철책선 절단 사건과 관련,신원 미상의 민간인 1명이 월북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민간인이 월북했다는 군 발표에 대해 여러 가지 의문점이 제기되고 있어 진실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민간인이 월북했든,간첩이 침투했든 군의 허술한 경계태세가 그대로 노출돼 앞으로 군 지휘부에 대한 문책 인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민간인 월북 or 간첩 침투?=당초 간첩 침투 가능성에 무게를 뒀던 군은 조사 후 민간인이 월북한 것으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 합동참모본부 황중선 작전처장(준장)은 군 기무사 국정원 등으로 구성된 합동신문조 분석 결과 발표를 통해 "철책선 절단 형태가 'ㅁ'자형으로 남쪽에서 북으로 나 있고,현장 족적과 손자국 등이 남에서 북으로 찍혀 있는 점 등으로 미뤄 침투와 관련된 특이점이 없어 신원 미상의 월북자에 의한 소행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황 처장은 "발견된 족적은 1명 정도"라며 "25일 야간에서 26일 오전 1시 사이에 절단 및 월북한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러나 군 일각에서는 고도의 훈련도 받지 않은 민간인이 과연 철책선을 절단하고 지뢰밭을 헤치며 월북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의혹을 나타내고 있다. 또 북한군이 우리 군을 교란시키기 위한 위장전술은 아닌지 의심해봐야 한다며 간첩 침투 가능성을 배제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군이 민간인 월북 근거로 내놓은 증거도 철책선 절단 및 족적 방향과 형태 등이 전부여서 군의 발표에 대한 진실 여부는 추가 조사를 통해 밝혀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어디가 어떻게 뚫렸나=육군 열쇠부대 소속 박모 상병이 이날 새벽 순찰 중 북한군의 침투를 막기 위해 3중으로 설치해 놓은 철책선이 부분적으로 잘린 사실을 발견했다. 바퀴 모양의 둥근(윤형) 철책선을 사이에 두고 약 4m 떨어진 남쪽과 북쪽에 각각 설치돼 있는 철책선 바닥 부분 2곳과 북쪽으로 1.2km 떨어진 지점에 설치된 철책선 한 곳에 구멍이 나 있었다. 40×40cm 크기의 북쪽 철책선은 가로 위측과 우측변이 잘렸으며 40×30cm 크기의 남쪽 철책은 가로 윗변,세로 양측변이 각각 잘려져 'ㄷ'자를 밑으로 엎어놓은 형태로 구멍이 난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한 곳은 30×30cm 크기로 뚫려 있었다. ◆구멍난 군 경계태세=군의 잠정 결론대로 민간인이 월북했든 아니면 간첩이 침투했든 군의 허술한 경계태세가 그대로 노출됐다는 점은 심각한 문제다. 따라서 해당 군부대와 군 지휘관에 대한 문책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군은 당초 경기북부와 강원도 일원에 내렸던 대간첩 침투 경계태세인 '진돗개 하나'를 해제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군이 민간인 월북이라는 섣부른 결론을 내리고 안이하게 대응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김수찬 기자 ksc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