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어지는 낙엽을 보니 쓸쓸하고 마음이 우울하네요.'


이 맘때가 되면 우울증으로 병원을 찾는 사람들이 증가한다.


실제로 삼성서울병원이 지난 2001년부터 2003년까지 병원을 방문한 우울증 환자를 월별로 집계한 결과 8월에는 1천5백83명이었으나 9월 1천6백3명,10월 1천7백48명으로 늘었다.


우울증은 80%는 완치되는 병이다.


하지만 대부분이 우울증상을 질병으로 인식하지 못해 증상이 심해진 뒤에 병원을 찾는다.


이에 따라 대한우울.조울병학회는 다음달 1~5일을 '우울증 선별주간'으로 정하고 전국 주요병원에서 무료로 우울증 진단을 해주기로 했다.


우울증 원인과 치료법 등을 알아본다.


# 우울증은 마음의 감기


'나는 사회로부터 격리됐다.


무슨 일도 나에게 의미가 없어져 버렸다.


나 자신을 감옥 안에 감금해 버렸다.


이 곳에서 나 자신을 꺼내 줄 열쇠가 보이지 않는다.'


이 글은 주홍글씨,큰바위얼굴 등의 소설을 쓴 미국의 유명 소설가 나다니엘 호손이 우울증으로 시달릴 때 절친한 친구에게 쓴 편지다.


호손은 우울증으로 12년 동안 집 밖으로 거의 나가지 않았다고 한다.


호손을 비롯해 에이브러햄 링컨,윈스턴 처칠 등도 우울증을 앓았다.


사실 우울증은 '마음의 감기'라고 불릴 만큼 흔하다.


일생동안 우울 상태를 경험하는 사람은 전 인구의 25%라는 보고가 있을 정도다.


그러나 우울증 치료를 받아야 할 사람 가운데 치료를 받는 환자는 전체 환자의 10%에 불과한 실정이다.


# 90%가 자살 충동 느껴


우울증은 뇌의 아민 대사계 기능저하와 심리적 요인이 겹쳐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민 대사계 기능이 떨어지면 뇌 안의 신경 전달물질의 화학적 불균형이 일어나 우울증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가정 환경의 변화나 직장 이동,전근 등의 심리적 부담도 우울증을 유발하는 요인이 된다.


신체적인 질환이 원인이 되는 경우도 있다.


당뇨병 심근경색증 암 뇌졸중 등을 앓고 있는 환자의 20∼25%에서 우울장애가 나타난다.


우울증 환자는 '나는 하찮다,나는 틀렸다,모든 일이 잘 안 되는 것은 모두 내 탓'이라는 표현으로 자신을 나무란다.


이것이 점차 발전하면 자신이 커다란 잘못을 범했으며,모든 사람에게 사죄해야 한다는 생각마저 갖게 된다.


실제로는 자신에게 아무런 잘못이 없는데도 스스로에게 책임을 지워 자신을 괴롭히는 것이다.


또 사소한 일에도 걱정을 하고,장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자신감을 잃고,자기는 아무 쓸모가 없다고 스스로를 나무라게 되며 심해지면 자살하고 싶다는 생각에 빠지게 된다.


즉 우울증이 계속되면 살아있다는 것 자체가 고통스러워 죽음을 생각하게 된다는 말이다.


우울증 환자의 90% 이상이 죽을 수 있다면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울증은 정신적인 고통과 함께 신체적인 증상이 함께 나타난다.


우울증 환자가 보이는 신체 증상은 △수면 장애 △소화기 장애 △자율신경 이상 △의욕 상실 및 동통(疼痛:신경의 자극으로 몸이 쑤시고 아픈 증상) △체중 감소 △성욕 저하 등 크게 6가지다.


계절이 바뀔 때 우울증을 앓는 계절성 환자는 일반적 우울증과는 달리 잠이 너무 많이 와서 종일 무기력하게 누워 지내고,식욕이 왕성해지면서 탄수화물 섭취가 늘어 살이 찌기도 한다.


# 증세 완화돼도 약 복용을


우울증은 약물치료나 정신치료를 통해 치료된다.


우울증에 사용하는 약물은 환자의 감정의 리듬에 영향을 미치는 뇌의 화학전달물질에 작용해 효과를 나타낸다.


우울증 치료제가 효과를 나타낼 때까지는 보통 수주가 걸리며 효과가 나타나면 잠을 더 잘 자고 식사도 규칙적으로 하게 된다.


좀 더 생기 있게 생활하게 되며 식욕도 정상적으로 돌아오게 된다.


우울증 치료제의 복용기간은 환자의 상태에 따라 다르지만 처음 복용할 경우 증상이 호전된 후에도 수개월 간 복용해야 한다.


증상이 좋아졌다고 의사의 지시 없이 임의로 복용을 중단하면 재발할 우려가 높기 때문이다.


항우울제는 일시적인 부작용을 일으키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부작용이 아니거나 신체기능을 저해하는 부작용이라면 반드시 의사에게 알려야 한다.


흔히 볼 수 있는 부작용은 입마름이며 물을 많이 마시고 매일 칫솔질을 깨끗이 해야 한다.


무과당 껌을 씹는 것도 입마름 해소에 도움이 된다.


변비가 오면 과일이나 채소를 많이 섭취한다.


김문권 기자 mkkim@hankyung.com


도움말=대한우울·조울병학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