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물 설계가 고객이 원하는 공간을 만들기 위한 고뇌의 연속이라면, 옛 건물이나 유적을 보수·복원하는 것은 자신과의 싸움이에요. 방치상태의 귀중한 문화재를 최대한 원형에 가깝게 복원하는 작업은 외롭고 육체적으로도 힘드니까…. 그래도 옛 것과 만날 수 있다는 게 늘 흥미진진 합니다" 전통가옥 설계 및 문화재 보수·복원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주)삼풍엔지니어링( www.sampoong.co.kr)의 안정환 회장은 문화재에 대한 애착이 각별하다. 한양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지난 1962년부터 건축설계 분야에 몸 담아온 그는 민족의 얼과 전통을 잇는다는 긍지 하나로 인고의 세월을 감내해 온 '장인'의 표본이다. 강산이 네 번 변하도록 한 우물만 파온 그가 건축업에 몸담게 된 계기는 가업과 밀접하다. 그의 집안은 3대에 걸쳐 건축 관련 분야에 종사한 '건설 명가'다. 뛰어난 식견을 가졌던 조부는 주위에 건축자문을 해 주었으며, 선친도 교육청 건축기사를 거쳐 건설 회사를 직접 경영했다. 문화재 관리국 기술직으로 근무하면서 세종대왕 능역 성역화사업을 추진한 안 회장은 독립기념관 건설국장으로 재직 당시에는 대통령에게 직접 브리핑을 한 경험도 가지고 있다. 이후 대림산업(주) 건설현장 책임자로 있으면서 고정 화력발전소와 청남대 현장 PM 등 현장경험을 충분히 거쳐 89년 3월 (주)삼풍종합건축을 설립했다. 98년 회사 이름을 (주)삼풍엔지니어링으로 개명한 그는 99년부터 문화재 부문을 특화시키기 위해 10여 명의 연구 인력을 구성, 한국문화재연구소를 설립하며 '옛 것' 지키기에 앞장서 왔다. 문화재 설계부문에서 지난 5월 문화재청에서 발주한 덕수궁 복원정비 기본설계 용역과 경복궁 건천궁 복원공사 전면 책임감리를 비롯해 그가 완수한 프로젝트는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조경설계 부문에서도 경기도와 중국 광동성이 우호교류 차원에서 시행하는 광동성 내의 한국 전통정원 설계를 수주하는 등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이와 함께 고창 고인돌박물관과 여주 박물관, 고령 가야역사박물관 등 20여 개의 박물관도 그의 손으로 탄생했다. (주)삼풍엔지니어링의 사업영역은 전통건축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주거/주상복합시설부터 문화시설, 영업시설까지 일반설계와 감리가 업무비중의 70%를 차지한다. 문화재 설계업무는 회사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0%에 불과하지만, 이 분야에서만큼은 국내 1위를 자랑한다. 이는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인류 공동번영의 풍요로운 미래건축'을 지향하겠다는 안 회장의 기업이념이 잉태한 결과물이다. 과거 대학 강단에서 겸임교수로 활동하며 CEO과정만 무려 8개를 수료할 정도로 만학의 열의가 대단한 그는 땅속에서 발굴한 고고학적 유물만 중요한 게 아니고 현존하는 유물의 보존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중국과 일본의 역사왜곡으로 온 나라가 시끌벅적하지만 정작 나라 안에 있는 소중한 문화유산들은 함부로 방치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문화재 보수 예산의 부족도 문제지만 해당 지자체가 문화재별 관리·보수연혁을 정리·기록하지 않거나, 관리 매뉴얼조차 없는 등 체계적인 관리가 이뤄지지 않는 것도 한 원인이죠" 안 회장은 문화재는 그 시대의 최고 건축물로 기둥 하나하나에도 많은 지혜와 철학이 담겨져 있는 우리나라의 역사가 살아 숨쉬는 현장이지만 관련 인프라가 너무 부족한 것이 현장에서 느끼는 솔직한 심정이라고 토로한다. 그는 "크게 돈 버는 일도 아니고 시간도 녹록치 않게 들어가는 것이 문화재 보수분야이지만, 복원 후 우리 고유문화의 아름다움과 감동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즐거움"이라고 말했다. (02)761-55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