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Never up, never 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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姜萬洙 < 디지털경제硏 이사장 >
내가 초등학교에 다닐 때 시골에서는 겨울에 핫바지를 입고 다니는 학생이 많았다.
솜을 넣은 핫바지를 입으면 엉덩이 쪽이 삼각형으로 불룩 튀어나와 걸을 때면 좌우로 비거적 비거적거리는 모습이 바보 같아 보였다.
핫바지를 입고 다니는 학생들은 놀림감이 되기도 했고 핫바지는 바보를 뜻하는 말로도 쓰였다.
나는 바보같이 보이는 핫바지를 입기 싫어 어머니가 만든 양복바지를 입고 다녔다.
내복을 짜서 입을 형편이 안되는 가난한 학생 몇은 6학년이 될 때까지 핫바지를 입고 다녔다.
어릴 때 놀림감이 됐던 핫바지 기억 때문에 지금도 한복 바지 입기를 싫어한다.
2년전 대통령선거가 막바지에 접어들어 충청도로 수도를 이전하는 것이 뜨거운 이슈로 등장했을 때 충청도 출신 후배가 "수도를 충청도로 이전하는 것이 될 법이나 합니까.
DJ는 내각제로 충청도를 핫바지 만들었는데 이번에는 수도이전으로 또 핫바지 되는 겁니다"라고 말했다.
"살던 집 하나 옮기는 것도 어려운데 청와대와 국회의사당은 누구에게 판단 말인가.
수도이전이 가시화되면 반대가 많아질 것이고 그렇게 쉽게는 될 수 없을 거야"라고 대답했다.
"충청도 사람 두 번 핫바지 되겠구먼"하고 그는 내뱉었다.
2년이 지난 지금 수도이전을 두고 국민투표를 해야 하느냐는 공방을 하다 헌법재판소가 수도이전을 위한 특별법이 위헌이라는 판결을 내리자 그 후배의 말대로 '또 핫바지'가 되고 말았다.
수도가 서울이라는 것이 관습헌법이라고 판시하고 국민투표가 아니라 헌법을 개정하지 않고는 수도이전이 불가능하다고 판결했으니 쪽박까지 깨진 형국이 돼버렸다.
지난번 내각제 때는 총리와 장관 몇 자리라도 차지했지만 이번에는 정부를 믿고 꿈에 부풀었던 충청도 사람들은 완전히 '핫바지' 신세가 되는 날벼락을 맞은 꼴이 됐다.
미국에서도 훌륭한 대통령이 되려면 당선되는 순간에 선거공약을 모두 잊어버려야 한다고 한다.
선거에서 당선을 위해 표가 될 만한 공약이라면 총동원되는 것이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인 것 같다.
이번에도 이런 평범한 사실을 몰랐다는데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
차라리 국민투표를 해서 부결됐으면 체면이라도 건졌을 텐데 그 것도 못하게 됐으니 정부와 여당의 체면이 말씀이 아니게 됐다.
행정도시를 만든다는 대안도 실질적으로 헌법을 위반하는 '탈헌'(脫憲)행위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다수의 민의와 판결에 따라 정도로 나가야 한다.
수도이전 공방의 뒤에 숨어있는 정치권의 가면을 벗기면 국민 모두를 '핫바지'로 만든 것 같다.
문제의 발단은 대통령 선거에서 충청도의 표를 얻기 위한 여당의 수도이전 공약이었지만 문제를 문제로 만든 것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둔 야당의 우유부단이었다.
정치적인 책임이야 정부와 여당이 크지만 법률적인 책임을 따진다면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을 통과시킬 당시 과반수 당이었던 야당의 책임이 더 크다.
여·야당은 충청도뿐만 아니라 국민 모두를 '핫바지'로 만들었다.
대통령선거를 앞둔 여당의 수도이전 공약은 '교활'하기는 했지만 '전략'이었다고 할수 있다.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을 통과시킨 과반수 야당은 '비열'했고 '정략'이라 생각된다. 선거가 끝나고 수도이전을 밀어붙인 정부와 여당이 '무리'였다면 반대도 찬성도 아닌 입장에서 오락가락한 야당은 '무망'이었다.
헌법재판소의 위헌 판결이 나자 반발하는 여당은 '오기'라도 보였지만, 박수치고 환영하는 야당은 '무치'(無恥)를 보였다.
위헌판결이 있고 나서 국민에게 사과한 야당이 그래도 충청도표를 얻겠다고 행정부처 일부라도 옮기자는 것은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꼴이다.'무난이즘'과 '귀찮이즘'의 극치다. 모두 기회주의적이었지만 시도라도 하는 여당은 반성하면 잘할수 있는 '희망'이라도 있지만, 서울시장과 경기지사를 제외하고 시도도 없었던 야당에는 '절망'뿐이다.
모르는 사람은 배우면 되지만,알고도 행동이 없는 사람에게는 미래가 없다. 내일의 대안 세력도 없음이 오늘의 고생보다 더 가슴 아프다.
Never up, never in!(골프에서 홀컵에 미치지 못하면 들어 갈 수 없다는 의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