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순자 한국여성공학기술인협회 회장 sjchoe@inha.ac.kr > 지난 19일부터 21일까지 한국과학재단(KOSEF)과 미국과학재단(NSF)의 대표들이 라운드 테이블에 앉아 두 나라의 과학기술협력 증진을 위한 포럼을 가졌다. 두 나라를 대표하는 13명 중 미국 측은 여성이 5명인 반면 한국 측은 나 한사람뿐이었다. 나는 이것이 미국과 한국 사회의 여성에 대한 인식차이며 현실임을 실감했다. 미국 사회에서는 여성이 남성과 동등하게 모든 일에 참여하는 파트너인 반면 한국은 아직 여성인력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았음인지 남성과 동등한 파트너라고 생각하기엔 이르다는 느낌이다.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는 전임 정권에서 보여준 정책과는 다르게 여성을 소수자로 인정,여성 특별정책을 세워 시행하고 있다. 특히 '이공계 우수인력의 위기'가 고조되면서 과학기술계 우수 여성인력을 활용하기 위한 여러가지 정책과 시행령이 정부를 중심으로 선도되고 있다. 이 중 가장 두드러진 성과는 과학기술계 심의나 위원회 등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분야에 여성 참여율을 30%까지 높였으며 이들 여성은 남성 못지않은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성과 관련없는 분야에서는 여성의 참여나 역할이 매우 제한적이다. 이는 우리나라 여성의 사회활동 참여 역사가 짧아 남성 지도층 같이 일정 수준 이상의 능력과 지도력을 갖춘 여성의 수가 절대적으로 적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제 한국 여성도 남성 지도층과 같이 지도자로 진출하기 위한 과제가 무엇인가를 파악하고 준비해야 할 때다. 그렇지 않으면 남녀 차이가 점점 더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네 가지 과제를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한국사회에서 남녀의 능력이나 잠재 가능성을 냉철하게 판단하고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능력은 성별의 차이로 차별화되지 않기 때문이다. 둘째,남녀가 함께 존재하는 한국 사회를 바라보고 여성에게 국한된 시각을 버려야 한다. 여성에게만 주어지는 특전을 기대해서도 안된다. 셋째,여성 스스로 다양하고 폭넓은 경험과 지식,지도력을 갖추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넷째,지식기반사회와 글로벌라이제이션이 요구되는 지금은 남녀 차이가 인정되지 않음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