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국제금융시장에서는 펀드들이 전성시대를 맞고 있다. 현재 국제간 자금흐름의 약 80%가 각종 펀드들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 펀드란 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개인들의 자금을 모집한 것을 말한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일정수준 이상의 수익률을 반드시 내야 한다. 문제는 최근들어 주식 채권 부동산과 같은 기존의 순수투자수단들의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각종 펀드들이 자신들의 고객이 기대하는 수익을 내는 과정에서 종전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가장 뚜렷한 변화는 기존 펀드간의 경계선이 무너지는 이른바 '융합화' 현상이다. 종전에는 투자형태별로 벌처펀드,뮤추얼펀드,헤지펀드 등으로 구별됐으나 지난해 이후부터는 모든 펀드들이 투기성을 띠는 헤지펀드 성격이 강해지고 있다. 투자대상과의 지위도 '수동적'에서 '능동적'으로 바뀌고 있다. 이제는 펀드들이 투자해 놓고 수익을 내주기를 기다리기 보다는 기업인수,경영권 취득 등을 통해 직접 수익을 내는 방법을 선호하고 있다. 요즘 이뤄지는 인수합병(M&A)은 대부분 적대적 M&A다. 펀드간의 구조조정이 신속히 추진돼 대형화 추세가 뚜렷해지고 있는 것도 눈에 띈다. 수익을 내지 못하는 펀드는 구조조정을 당하고,살아남는 펀드도 시장의 우월적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규모를 늘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펀드들의 대형화는 '글로벌화' 현상을 촉진시키고 있다. 규모의 경제를 누리기 위해서는 투자범위를 특정국가,특정시장에 제한해서는 안되고 전세계 혹은 모든 시장을 대상으로 해야 한다. 이밖에 펀드들이 자기 이익만을 고집하는 '님비' 현상도 뚜렷하다. 요즘들어 국제 간의 공조체제가 약화되고 한국과 같은 소규모 개방국가일수록 경제정책의 효과가 반감되는 것도 님비 요인 탓이 강한 때문이다. 이런 펀드들이 국제금융시장과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갈수록 높아짐에 따라 주가,환율,채권값과 같은 가격변수가 더이상 실물경제를 반영하는 얼굴이 못되고 있다. 또 실물경제와 괴리된 가격변수를 전제로 한 현실진단이 왜곡되고 전망치는 정확성이 떨어지게 된다. 결국 각종 가격변수의 거품현상이 심화되고 있고 세계경기가 불안해지면서 이에 대응하기 위해 세계 각국들이 추진하고 있는 경제정책이 무력화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앞으로 세계경기가 안정되기 위해서는 갈수록 불안요인이 될 각종 펀드들의 활동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규제하느냐가 최대현안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 국내정책당국자도 글로벌 펀드들의 이런 새로운 움직임을 감안해 각종 펀드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schan@hankyung.com